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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 홍연옥 본문
퍼즐
홍 연 옥
조각 퍼즐을 맞추던 아이는
방안을 헤집다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가 잃어버린 조각의 빈자리가
퍼즐판 한가운데 휑하게 뚫려 있다
딸아이가 둘 딸린 남편을 처음 보셨을 때
아버지는 난생처음 내 뺨에 손바닥자국을 남기셨다
그 후로 퍼즐 한 조각을 잃어버린 아버지는
뚫린 가슴을 어쩌지 못하시더니
그 자리에 검은 종양을 심으셨다
암병동 한귀퉁이에서
퍼즐을 맞추다 다투는 나의 아이들을 보시던
아버지는 사뭇 조바심을 내셨다
(그렇게 집어던지면 영영 잃어버린다)
종양이 되어 돌아온 나와
낳지 않았어도 나를 닮은 나의 두 딸들과
뒤늦게 그 딸들의 동생이 된 나의 아들을
고단한 눈으로 퍼즐판에 끼워 맞추시던 아버지는
너무 자라서 맞지도 않는 종양 조각을
그대로 품어 안고 가셨다
시악이 난 아이가 퍼즐판 빈 자리에
행여 다른 것을 심을세라
나는 침대 밑에 숨어있는 조각을 찾아
황급히 그 자리를 채워 주었다
개인적으로 요즘 시인의 시는 팔 할이 고운 채로 걸러지지 않은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것이고, 그 나머지가 독
자와 교감하거나 독자의 영역을 배려해주는 시라고 보는데 그만큼 좋은 시를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눈에 띄는 시가 있
기 마련이다.
이 시 「퍼즐」에서 나는 잃어버린 조각에 주목한다. 아니 그 퍼즐 한 조각으로부터 시작되는 '잃어버림'이라 해야 옳겠다.
아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 / 아버지가 잃어버린 딸 / 딸이 잃어버린 아버지
또한 그 잃어버림은 그들에게 등가의 고통으로 빈자리를 채우게 한다
아이의 빈자리(잃어버린 조각)에 채워진 울음은 그 순간 아이로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슬픔일 것이며
아버지의 빈자리(딸의 부재)에 채워진 종양은 곧 죽음의 고통에 견줄 만한 父情일 것이고
화자의 빈자리(아버지의 죽음)에 채워진 슬픔은 시인의 절제된 감정으로 애써 가려 놓았다.
결국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은 슬픔을 괄호() 속에 스스로 채워넣게 하고 있다.
나의 슬픔을 강요하기 보다는 읽는 이로 하여금 이 시에 참여하게 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슬퍼하게 하는 것이 이 시의 매력이다.
- 가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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