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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 유용선

가짜시인! 2015. 5. 6. 14:34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유용선

 


내 나이 여섯살 적에
아버지와 함께 간 그 허름한 식당,
그 옆에 냄새나는 변소,
그 앞에 묶여 있던 양치기,
는 그렇게 묶인 채로 내 엉덩이를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 안 물어.
그 새끼 그 개만도 못한 주인새끼의
그 말만은 믿지 말았어야 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는 말이 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 번번이 짖는 개에게 물렸다.

사랑을 부르짖는 개,
는 교회에서 나를 물어 뜯었다.
정의를 부르짖는 개,
는 내 등 뒤에서 나를 덮쳤다.
예술을 부르짖는 개,
는 백주대로에서 내 빵을 훔쳐 달아났다.

괜찮다, 괜찮다,
는 개소리는 지금도 내 엉덩이를 노린다.
괜찮아, 괜찮아, 물지 않을 거야.
저 새끼 저 개만도 못한 새끼의
싸늘한 속삭임을 나는 도시 믿을 수 없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어서 스승에 대한 시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만난 시다.

  시라는 것이 뭔가 대단한 서정을 감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아주 어린 시절을 보낼 때의 이야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시라는 것은 뭔가 대단한 메세지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허나 요즘은 시에 대한 생각은 '지난 날 그토록 갈구하던' "뭔가 대단한"이 빠진 일상의 시가 더 잔잔한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운전을 처음 배울 때,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빼라고 말한다.

  당구를 칠 때에도, 야구 방망이를 휘두를 때에도 팔에 힘을 빼라고 한다.

  하지만 그 말들은 결국 내가 어느 정도 운전에 또 야구에 익숙해 져 갈 때라야 무슨 말인지를 알게 된다.

  시도 그렇다. 문장과 의미에 힘을 빼야 비로소 안정되고 고른 시가 나온다는 걸 이 시를 읽으면서 다시 생각는다.

  시인은 이 시가 공감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라 했다.

  시인은 힘주어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한 껏 알아듣겠다.

    - 가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