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권상진
- 권상진시인
- 수북책방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접는다는 것
- 웹진 시인광장
- 권상진 시인
- 들은 이야기
- 서형국
- 이필
- 북토크
- 노을쪽에서온사람
- 도서출판득수
- 가짜시인
- 시골시인K
- 밑장
- 눈물이후
- 언니네 책다방
- 리스트컷증후군
- 최미경 시인
- 석민재
- 권상진 #저녁의 위로 #검은 사람 #발아래 어느 상가 #장수철 시인 #시와문화
- 권수진
- 권상진 시집
- 눈물 이후
- 경주문학상
- 햄릿증후군
- 레미앙상블
- 유승영
- 걷는사람
- Today
- Total
하루하루
가까운 오지(奧地) / 김형미 본문
가까운 오지奧地
김 형 미
내게는 오지奧地가 있다
유년의 걸음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휘파람 같은 가까운 오지가 있다
무디고 과묵한 영토, 무표정으로 일관한 깊이는
눈망울로만 우는 소의 눈처럼 깊었다
등 기슭에 자주피던 소금 꽃
혹여, 그 꽃그늘에 얼굴을 묻어볼까 하여
살짝 다가가 기웃거리다 돌아서곤 했다
적막한 꿈으로 둘러싸인 바깥
병마로 허리가 기운 후, 헐거워진
틈으로 새어나온 뒤를 엿볼 수 있었다
쓸쓸히 고립된 채 갈라진 등껍질
여기저기 웃자란 가시와 엉겅퀴
아버지의 등은
망설임 없는 사선을 가졌다
넘어지려는 흙 담 귀퉁이에
기대놓은 오래된 굄목처럼
인생의 지워진 문패가 되어버린 지금
먼 길 돌아 와 기운 등에 얼굴을 묻는다
팽팽한 생의 한 끝이
오목가슴을 찌른다
♥ 요즘 '등'에 대해서 글을 써보는 중에 무언가에 꽉 막혀 연필을 놓고 기다리고 있다.
혹시나 하여 앞선 시인을 둘러보던 차에 만난 작품이다.
현대시는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갖은 미사여구나 현란한 건너뛰기를
통해 오직 시각만을 자극하는 류나, 자신이 본 것, 들은 것, 맛 보거나 접촉한 것을 일
차원적으로 나열하는 참으로 불면 날아가버릴 듯한 가벼운 시들도 적지 않다.
시라는 것은 이러한 오감을 통하여 내게 온 것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이것을 변
주하여 독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러야 하나의 완성체로서의 의
미를 갖는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런면에서 위의 시는 가볍게 읽히면서 무거운 생각을 남겨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
다. 먹고 살만한 세상이 되면서 아버지의 의미는 크게 퇴색 되었다. 어려운 시절에는
아버지의 '등 기슭에 자주 피던 소금꽃'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유일한 수단
이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가정은 그 역할이 적잖이 희석되면서 존재감이 떨
어지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버지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힘겨운 노
동과 가족을 방어하던 아버지의 등은 지금에 와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
아들여질까... 적이 궁금해진다.
나도 아버지가 있었고, 아버지는 당연히 아버지여야했고, 강하고,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으며 어린 것들에겐 수퍼맨에 버금가는 천하무적, 화수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버
지가 되고 보니 그 '소금꽃'은 결핍의 산물이었고 '적막'이었고 '고립'이었음음 알게 되
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반쪽짜리 인류임이
한없이 아쉽다. 단언하건데 어떤 여성도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어떤 남성도
어머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스스로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었을 때 비로소 느
껴지는 것이다.
이야기가 왜 이렇게 흘렀을까...
사실은 이 시를 읽으면서 2, 3행의 의미가 무었일까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처음에는 시를 읽는데 방해되는 행들이라 생각했었는데 서너번 읽다보니 그 의미를 알
겠다.
짧은 시에 긴 글을 달다니... 그러고도 할 말이 수도없이 남았다니...
나는 제대로 된 시인이 되기는 애초에 글렀나 보다.
- 가짜시인
'나의 편린들 > 내가 읽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주꾸미의 죽음 / 김수상 (0) | 2015.07.08 |
---|---|
[스크랩]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진 란 (0) | 2015.05.25 |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 유용선 (0) | 2015.05.06 |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 (0) | 2015.03.17 |
스님의 꿈 / 김희원 (0) | 2015.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