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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불설계도 / 정정례 본문
덤불설계도
정 정 례
가을덤불은 어둑한 그늘도 이사 간 빈 집이다
찬바람만 들고 나는 곳
햇살이 똬리를 틀던 뱀을 따라하고 있다
푸른 부피가 다 빠진 덤불을 보면 봄과 여름이 이사 간 빈 집 같다
흘리고 간 꽃잎 몇 장.
빛바랜 잎사귀 몇 개 매달려있다
뼈대만 앙상한 것 같지만 사실 줏대 없는 것들끼리 지탱할 수 있는 유용한 설계도다.
그래서 봄에 꽃 필 때도 네 줄기 내 줄기 찾지 않는다.
굳이 따지고 내려가면 꽃피는 계절이 훌쩍 떠난 뒤에 엉킨 줄기를 헤집고 확인할 필요가 없는 덤불. 잘 못 건드리면 주저앉을 수도 있는 것들. 가만히 두어도 제 자리를 지켜내는 질서가 정연하다
휘어지고 얽힌 집에 남아있는 것은
수북이 쌓인 흔적들
이름을 찾기에는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때가 되면 스스로 호명을 한다.
색색이 문패를 단다.
빈 줄기 같지만 그 중 하나 뚝 잡아 꺾으면 물기 가득한 전류가
흐르고 있다
지금은 더 많은 양의 전류를 충전중이다
잘 못 건드리면 줄기 곳곳에 날카로운 불꽃이 인다.
꽃들이 피다 간 곳, 방전이다
♥ 가짜시인의 단상
올해 천강문학상 우수상 작품이다. 대상 작품 보다는 다른 작품에 눈이 가는 것은 나의 안목없음과 무지한 탓이겠으나 문학작품을 선택하고 가려 읽는 것은 또한 독자의 마음이니 무엇이 진정 좋은 것인가를 가리기는 어렵다 하겠다. 수상한 작품의 주인들이 모두 기성문인이니 작품에 대하여 왈가왈부는 주제넘는 짓일 수 밖에.
덤불을 관찰하는 시인의 눈이 부럽고 그렇게 관찰한 결과를 단어와 단어를 엮어 새로운 구(句)로, 그리고 문장으로 완성해 나가는 힘이 탐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쉬운 단어와 단어를 뻔하지 않게 결합시켜 낯선 풍경과 의미를 창조해내는 능력이야말로 참신한 시인의 조건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이뤄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겠다. 시를 쓴다는 것이 시험으로 비유하자면 그야말로
OPEN BOOK 시험일진대 교과서를 보고 시험을 봐도 순위가 매겨지고 또 완벽한 답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을 읽고 제자리를 맴도는 나의 글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초,중반 까지의 놀라움에 비해 후반부의 뒷심이 조금 아쉽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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