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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를 뽑다 / 이덕규 본문
마침표를 뽑다
이 덕 규
살아있는 문장 끝에 박힌 마침표처럼
흔들거리는 개말뚝을 다시 고쳐 박자고 무심코 쑥 뽑았는데, 아뿔사
잡을 새도 없이
어떤 넘치는 힘이 무거운 쇠사슬을 끌며
멀리 동구 밖으로 뛰쳐 나가는 경쾌한 소리를 듣는다
일생을 단 한줄로 요약한 단문 끝에 말뚝처럼 박힌 뒷산 무덤가 비석들
모조리 뽑아 주면
죽음 너머 밝은 귀 서넛쯤 하던 일 멈추고 솔깃하겠다
저 소리, 돌아오지 않는 단순한 문장의 길고 먼 여운
♥ 가짜시인의 단상
이덕규 시인의 시가 자주 눈에 든다. 내 정서에 맞는 시라고 해야하나, 사람마다 시를 읽고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겠지만 난 이 시인의 작품들이 읽는 맛도 있고 소화도 잘되고 뒷맛 또한 은은하게 오래 간다.
'밥그룻 경전'을 통해 알게된 시인의 시로부터 '어처구니' '독' '막차' '칼과 어머니' 등 읽을수록 맛있는 시
편들이 잔잔하게 스며든다.
사소하고 지나쳐버리기 쉬운 것에서 부터 시작되는 시인의 시선은, 시를 무슨 대단한 것인 양 설법하듯
쓰는 사람이나 미로를 찾듯 시상을 따라가다 결국 길을 잃고 마는 요즘 시들과는 동떨어져 있어 보이지만
결국엔 그것이 진정 시를 필요로하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 닿아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인간 본성에서
자꾸만 멀어져 가는 현대인을 불러 세우고 돌아보게 하는 그런 시. 지금 우리들에게 다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시가 아닐까.
개말뚝에서 시작된 시상은 문장의 마침표로, 무덤의 비석으로 비유되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간다.
모두 어떤 한계나 가둠 또는 끝을 의미하는 것들인데 개말뚝을 뽑는 행위를 통해 의미를 가두던 범위가
허물어지고 그 소리는 경쾌해진다. 죽은이 조차도 귀를 세울 만큼 그것은 단절되고 갑갑한 상황인 것이다.
우리의 문장은 마침표로부터 해방 되어야 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말뚝에 묶어 놓아서도 안된다.
첫행의 마지막에 쓰인 '처럼'이라는 말이 좀 거슬린다.1연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린 느낌이 자꾸 든다.
시인이 무슨 의도로 쓴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같은'이라고 썼다면 내가 이리도 고민하지 않을텐데.
그리고 이 시의 마직막 행에서 나는 생각하는 바가 크다.
수많은 의미들이 함축 되어있는 한 문장.
마침표가 사라진 문장, 말뚝이 뽑혀 자유로와진 개, 비석을 뽑고난 후 경계가 사라진 삶과 죽음.
쇠사슬에 묶인 개말뚝을 끌고 자유롭게 달려 나가는 경쾌한 소리가 먼 여운처럼 들릴 것이다.
우리는 모든 마침표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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