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시골시인K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도서출판득수
- 레미앙상블
- 권수진
- 밑장
- 석민재
- 북토크
- 웹진 시인광장
- 노을쪽에서온사람
- 언니네 책다방
- 수북책방
- 유승영
- 권상진 시인
- 경주문학상
- 리스트컷증후군
- 가짜시인
- 들은 이야기
- 눈물 이후
- 권상진 #저녁의 위로 #검은 사람 #발아래 어느 상가 #장수철 시인 #시와문화
- 최미경 시인
- 햄릿증후군
- 권상진시인
- 접는다는 것
- 권상진
- 서형국
- 이필
- 눈물이후
- 걷는사람
- 권상진 시집
- Today
- Total
하루하루
좋은 시와 시인을 섬기는 시지 《시인세계》를 접으며 (통권 45호,2013년 가을호) 본문
좋은 시와 시인을 섬기는 시지 《시인세계》를 접으며
- 전략-
열한 돌을 넘긴 《시인세계》가 이번 호로 휴간한다는 쓸쓸한 소식을 전한다. 그동안 《시인세계》는 한국시의 내연과 외연을 늘리고, 당대의 문학적 이슈들을 선도적으로 내놓으며 미디어의 주목을 크게 받아 왔기에 이 휴간 소식이 놀랍고 당혹스러운 독자도 있겠다. 휴간의 직접적인 이유는 시 잡지를 꾸리는 일의 지난함 때문이겠으나 그밖에도 《시인세계》를 창간할 때와는 많이 달라진 사회적 환경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거와 견줘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많은 시 잡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도처에 시인들이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시집을 제 돈 내고 사서 읽는 독자는 눈에 띄게 줄고, 시 잡지 역시 거의 팔리지 않는다. 시와 시인들은 홀대를 받는데, 시인 인구는 늘고 시 잡지들이 난립하는 환경 속에서 《시인세계》를 펴내는 일의 보람과 기쁨도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지난 11년 동안의 일들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이 일을 마냥 끌고 나가기보다는 이쯤에서 휴간을 하고 내실을 꾀하자는 차가운 결단에 이의없이 동의했다. 그런 사정으로 설렘과 기대를 갖고 시작한 《시인세계》를 그만 접는다. 그동안 《시인세계》를 아끼고 사랑해 주신 여러 시인들과 독자 여러분들께 따뜻한 인사를 드린다. 끝은 종말이 아니다. 새 시작을 준비하는 재충전의 시간일 수도 있다. 우리는 더욱 새로워진 《시인세계》로 다시 돌아와 만나기를 소망한다.
_김종해·장석주·권혁웅
♥가짜시인의 단상
'시인세계'가 전한 대로 참 쓸쓸한 소식이다.
과거와 견줘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많은 시 잡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도처에 시인들이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시집을 제 돈 내고 사서 읽는 독자는 눈에 띄게 줄고, 시 잡지 역시 거의 팔리지 않는다. 시와 시인들은 홀대를 받는데, 시인 인구는 늘고 시 잡지들이 난립하는 환경 속에서 《시인세계》를 펴내는 일의 보람과 기쁨도 크게 줄어들었다.
라고 말하는 현실에 그저 먹먹해질 뿐이다.
시라는 꽃은 시들지 않고 여전히 살아 움틀거리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꽃눈을 달고 있는 꽃받침이, 꽃대가,줄기가, 뿌리가 군데군데 마르고 썩어있다. 시를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서 아려오는 책임감을 느낀다.
시인이 되기 위한 등용문으로써, 또 독자로서 의심없이 읽을 수 있는 이정도의 수준있는 문예지가 휴간을 선택할 정도라면 위에서 언급한 여타의 난립한 문예지가 살아남는 현상 또한 그 생존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문예지의 난립은 소멸해 가는 문학이 선택한 생존을 위한 안간힘으로 보여지면서 긍정과 부정의 양단을 함께 키워가고 있다.
긍정적인 면이라면 시라는 장르에 각각의 문예지들이 대패 하나씩 들고 와서 문턱을 깎아내다 못해 바닥까지 파헤쳐 아무나 넘나들 수 있도록 탈권위의 세계를 이룩해 놓았다는 것이다. 시경을 통해 경전으로까지 숭앙 받았던 시가 문맹이 사라진 현대에 와서는 특정 계층들 만이 향유하는 고급 문학이 아닌 범부가 함께하는 사칙연산처럼 대중화 되었다는 것은 그 형태만으로 볼 때 당연히 인정 받아야할 사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시는 시인을 얻었지만 독자를 잃고 말았다. 취하면 반드시 내어 주어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가 아니던가. 시인입네 하며 시를 후려갈겨 대는 시인들(?)이 양산 되면서 시인은 있되 독자는 없는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집 주방장이 자장면을 주식으로 하지 않듯이 그렇게 양산된 가짜시인들은 원조 시를 흉내 내는데 그치고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하면서도 그 냄새에 물려 남의 시는 읽지 않는 현실이 된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흐려지면 강호로 떠나 천기를 기다리는 고수들은 항상 있기 마련. 그나마 시를 명예나 폼으로 여기지 않는 숨은 고수들이 재야에서 실력을 갈고닦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나의 은사님의 말씀 중에 '닭이 천 마리 쯤 있으면 그중에 학도 한 마리 쯤은 썩여있기 마련' 이라 하지 않으셨던가.
소비자는 잃었지만 생산자를 대거 양산해 내면서 이 문명한 시대에 시라는 것이 신석기, 청동기 시대에 버금가는 자급자족의 경제형태를 이루고 말았다는 점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는 하루 빨리 대중들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시인도 시를 소설에게 주고 소설을 받아 읽어야 하며, 지친 직장인들에게 시를 전해 주고 여유를 받아 와야 한다, 여고생들에게 감성을 일깨워 주고 문학소녀의 꿈을 엿보아야 하며, 세상의 모든 노년들에게 시집 한 권으로 평안을 드리고 행복을 받아와야 한다.
시인은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방언 같은 언어들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가슴 속에는 있으나 끄집어 내지 못하는 말들을 대신 말해주어 역시 시인이구나 하는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며
문예지는 불량식품 공장처럼 양심없이 불량 시인 생산해서 장사하지 말고
평론가는 자신의 지식을 뽐내며 시를 산으로 데려가지 말고 무엇이 진정 인간을, 대중을, 그리고 사회를 아름답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시는 분명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와 우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시인세계의 휴간 앞에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머리를 땅에 찧으며 생각을 가다듬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하나의 문예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인세계가 살신성인으로 문학계에 던지는 엄중한 경고로써 가슴 깊숙히 받아 들였으면 좋겠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좋은 시를 써야겠다는, 쓰고야 말겠다는 마음에 심장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