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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장자(莊子)의 꿈 본문
장자(莊子)는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면서 자신이 장자인 걸 모른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나자 문득 자신이 장자인 걸 안다. 그러므로 장자는 묻는다.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 내가 된 것인가?’ 장자와 나비는 구분이 되지 않고 이런 상태를 그는 물화(物化)라고 부른다.
중요한 것은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분명치 않다는 것. 과연 이 꿈은 누가 꾸었는가? 물론 장자가 꾸었다. 그러나 장자가 강조하는 것은 꿈의 주체가 누구냐는 문제. 장자의 꿈인가? 나비의 꿈인가? 장자가 강조하는 물화는 말 그대로 주체가 사물로 화하는 것. 사르트르 식으로 말하면 대자(對自), 곧 대상을 의식하는 존재가 즉자(卽自), 곧 이런 의식을 모르는 존재로 화하는 것.
내가 주체로서 이 세계에 존재한다는 것은 주체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내가 중심이 되어 이 세계, 곧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고 통제하고 지배하는 삶을 뜻한다. 그러므로 주체로 산다는 것은 대상을 의식하고 이런 의식이 대상을 통제하고 지배하고 착취하는 삶이다.
물화는 내가 주체, 자아, 나를 잊고 객체, 대상, 사물이 되는 삶을 뜻한다. 그러므로 자아를 망각하는 망아(忘我)가 물화다. 한편 자아를 잊고 사물이 된다는 것은 자아를 망각했기 때문에 사물도 망각하는 경지이다. 왜냐하면 자아, 곧 의식이 없기 때문에 사물이 된 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화는 사물도 잊는 물망(物忘)이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모르는 경지가 그렇다. 요컨대 그가 말하는 물화는 물아양망(物我兩忘)이다. 그가 강조하는 물화는 망아이고 망아는 물망이고 결국 물아양망이고 이런 경지는 ‘스스로 즐겁고 뜻 대로인 삶’을 지향하고 새로운 존재, 더 큰 존재의 길을 연다.
--- 평범한 언어가 시다 - 이승훈 중에서
장자의 꿈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