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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 박성우 본문
넥타이
박성우
늘어지는 혀를 잘라 넥타이를 만들었다
사내는 초침처럼 초조하게 넥타이를 맸다 말은 삐뚤어지게 해도 넥타이는 똑바로 매라, 사내는 와이셔츠 깃에 둘러맨 넥타이를 조였다 넥타이가 된 사내는 분침처럼 분주하게 출근을 했다
회의시간에 업무보고를 할 때도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계약을 성사시킬 때도 넥타이는 빛났다 넥타이는 제법 근사하게 빛나는 넥타이가 되어갔다 심지어 노래방에서 넥타이를 풀었을 때도 넥타이는 단연 빛났다
넥타이는 점점 늘어졌다 넥타이는 어제보다 더 늘어져 막차를 타고 퇴근했다 그냥 말없이 살아 넌 늘어질 혀가 없어, 넥타이는 근엄한 표정으로 차창에 비치는 낯빛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넥타이를 잡고 매달리던 아이들은 넥타이처럼 반듯하게 자라주었다
귀가한 넥타이는 이제 한낱 넥타이에 불과하므로 가족들은 늘어진 넥타이 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가짜시인의 단상
넥타이는 틀이다. 틀이란 어떤 범주를 규정해 버리는 감옥 같은 것이다.
넥타이를 매기 위해서는 잘 다려진 셔츠가 필요하고 몸에 딱 맞는 양복이 필요하고 구두가 필요하다.
반대로 구두만 신었다고, 빳빳한 와이셔츠와 슈트를 걸쳤다고 해서 반드시 넥타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론 작은 소품 같은 넥타이 하나에 의해 모든 의상들이 결정 되어져 버린다.
사내(남자)라는 말. 이 단어가 어떤 문장의 주어 자리에 놓였을 때
모든 동사와 부사와 형용사, 심지어 목적어, 서술어, 조사, 어미 까지도 한정 되어져 버린다.
이 시는 그 순간 씌어진 시라고 생각해 본다.
단순하게, 가족을 위해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직장과 가정에서 잠시동안 인정 받는 존재였다가 빠르게 필요의 중심에서 밀려나면서 쳐진 어깨를 가족이 아닌 차창에 기대고 마는 존재의 외로움을 말하려한 시는 아닐 것이다. 박성우라는 이름의 무게감이 이 시를 이정도에서 마쳤을 리가 없다.
의미 확장이 필요하겠다. 시인은 시 한 편 툭 던져 놓고 독자에게 보편성을 넘어선 더 많은 의미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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