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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패밀리마트 / 오성일

가짜시인! 2013. 7. 16. 16:24

 

패밀리마트

 

                      오성일

 

  불 다 꺼졌다. 한 작은 젊음에게 맡겨두고 세상 잠들었다. 밤새 편의점에서 젊음이 팔린다. 겉이 말끔한 비싼 가게에서 겉이 말끔한 값싼 젊음이 팔린다. 있을 건 다 있는 가게에서 있는 건 젊음뿐인 젊음이 하루를 판다. 폐쇄회로 카메라가 스물네 시간 젊음을 팔고, 스물네 살 젊음이 스물네 시간 내내 팔린다. 까만 밤, 어항처럼 투명한 방에 갇힌 젊음이 뜬눈으로 꿈을 꾼다. 도저히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저 단단한 유리벽속에서 갈 곳 없는 꿈이 빳빳한 지느러미를 꿈틀댄다. 이력서 한 줄 채우지 못할 스물네 살의 고단한 밤, 패밀리마트.

 

 

 

 

♥가짜시인의 단상

작정하고 뭔가와 대면하면 일단 예상부터 하는 버릇이 있다

시를 읽을 때도 더러 그런 경우를 겪게 되는데 일단 제목을 읽고 몇줄 나갔을 때 예상했던 단어와 상황이 여지없이 나오게 된다면 나는 더이상

진도가 나가기 힘들다. 

독창적인 언어와 상상이 시와 결부 되었을 때 개성이 있고 새롭고 여운을 주는 시로 독자의 뇌리에 각인 되는 것이리라.

이 시, 패밀리마트가 컵라면이나 삼각김밥 또는 24시간 언제든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란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졌다면 얼마나

유치하고 저급한 시가 되고 말았겠는가. 그러나 시인의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매장 진열대에 놓인 흔해빠진 상품이 아니라 '갈 곳 없는 꿈

이 빳빳한 지느러미를 꿈틀대는' 이시대의 젊은 청춘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시인의 눈이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그 이면에 땀흘리고 숨고르는 사람들이 있고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추함, 그리고 감정들이 있고 누군가는 그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졌다. 그런 사람, 즉 시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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