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권수진
- 언니네 책다방
- 가짜시인
- 눈물 이후
- 최미경 시인
- 웹진 시인광장
- 경주문학상
- 북토크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유승영
- 이필
- 권상진
- 햄릿증후군
- 눈물이후
- 리스트컷증후군
- 수북책방
- 권상진 #저녁의 위로 #검은 사람 #발아래 어느 상가 #장수철 시인 #시와문화
- 들은 이야기
- 도서출판득수
- 시골시인K
- 노을쪽에서온사람
- 밑장
- 권상진 시인
- 권상진 시집
- 접는다는 것
- 걷는사람
- 레미앙상블
- 석민재
- 권상진시인
- 서형국
- Today
- Total
하루하루
카니발리즘 / 고경숙 본문
카니발리즘(cannibalism)
고 경 숙
흑단나무처럼 단단하고 어두운 밤이다
해 떨어지기 전에 횟대에 올라야
차가운 땅바닥을 서성이며
새벽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데
벌써 수 일째 바닥이다
발바닥에 티눈이 박혀오고 있다
온전한 깃털도 얼마 안 남았다
절룩거리는 티라도 내면
사정없이 달려드는 무리들을 피해
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노숙의 밤은 왜 더 기냐고 묻자
덩치는 소주 반 병을 밀어줬다
그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벌써 떠메어나갔을 어제,
차가운 서울역 지하도에
별은 뜨지 않았다
궁금해도 궁금하지 않아야 하는 곳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말아야
상책인 곳
지나는 이의 값싼 동정에도
현혹되지 말아야 하는 곳,
눈을 감으면
욱신거리는 발바닥에 티눈이 말끔히 사라지고
횟대 위에서 곤한 잠을 잘 수 있을 지
별이 머리맡에 쏟아질 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지상에서의 마지막 밤은
사악한 야만이다.
♥ 가짜시인의 단상
정말 섬뜩한 제목이다. 세상은 그만큼 각박하고 무시무시한 곳일까?
시인이 바라보고 있는 저 횃대라는 경계는 과연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횃대 아래의 삶을 살육의 현장으로 설정하는 것은 과장된 비약이겠으나 그만큼 약육강식의 원칙이 철저하게 행해지는 곳이 인간의 세계이기도 하겠다. 실패와 노숙과 소외, 그리고 포기. 이런 일련의 처참한 과정들을 시인은 동류의 인간들에 의해 저질러진 참혹한 광경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일부 동의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반대표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구조적 사회문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사례로써의 노숙과 건강한 신체에서 비롯된 노동력을 가진 노숙은 분명 구분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 문제나, 노동의 올가미를 씌우기에는 아직 너무 가혹한 소년 소녀 가장들의 삶을 위한 투쟁을 보라. 눈물겹지 않은가. 그들의 횃대는 과연 노숙이 바라보는 횃대와 같은 높이에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말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시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독자로서의 이해 이겠지만)
이번 단상은 한 편의 완결된 시에서 발상되었지만 이 시와는 무관한 가짜시인의 노숙이라는 현상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시와는 별개로 이야기한 것이다.
생각컨데, 제목과 마지막 연이 좀 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