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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멸치 / 김기택 본문
멸치
김기택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 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 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 갔던 것이다
모래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 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깍두기처럼 딱딱하게 잡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금도 멸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이 작은 무늬가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르고
고깃배를 부수고 그물을 찢었던 것이다
♥가짜시인의 단상
밥 한 숟갈 뜨고 쇳소리 나지 않게 반찬 한 젓갈 집어서 기품있게 씹어 넘겨야 할 밥상머리는 좀 있는(?) 집안의 풍경이라 치고
오직 살기 위해 먹는다는 듯 허겁지겁 흡입하는 식탁이나 맛이 있네없네 짜네 싱겁네 오직 먹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보통 가
정의 풍경이겠으나 밥상 위 멸치를 보면서 시인의 눈과 귀와 생각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먹는 목적을 벗어나 있다.
'저 굳어 있는 딱딱한 것'에서 물결을 불러오고 파도와 해일의 바다와 길을 본다. 멸치들은 이내 살아나 굳어진 근육을 풀고 유
유히 흘러 다니면서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른다. 덜 되어먹은 시인인 나로서는 김기택 시인이 이날 이 밥을 먹었을까 궁금해
진다. 어떤 순간 하나의 대상에 몰입하고 함께 상상의 공간으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감각, 그것이 남다른 시를 쓸 수 있는
시인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나는 너무 일반화 되어 있다. 일상은 반복 되고 결과는 예측 되는 매일의 시간을 살면서 밋밋한 시
선과 왠만해선 쿵쾅거리지 않는 심장을 가졌다. 이래서는 좋은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안다.
머릿속에 아무리 좋은 단어를 지녔고 문법을 지녔다 할지라도 일상 속에서 남다른 무엇을 볼 수 없다면 남다른 나 역시도 될
수 없다. 마음의 눈으로 표면을 뚫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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