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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앵두 익을 무렵 / 복효근 본문
물앵두 익을 무렵
복효근
새들이 남겨놓은 물앵두
몇 알을 따면서
그것을 가로챈다거나 훔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리
우리 내외 일하러 나간 낮 시간 내내
푸르던 물앵두 붉게 익을 때까지
노심초사 들랑거리며 기다리던 것이
새들이었을진대는
얻어먹는대도 틀린 말은 아니리
가지마다 그 많던 붉은 앵두
다 따먹고 남긴 몇 알을
나에게 준 선물이거나 새들이 따다가 걸어놓은
먼 우주의 보석별 같은 것으로만 여겨서
나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물앵두와 새와 별과 우주와 한 인연으로 엮인 것이
못 견디도록 신기로웁고 흥감하여
이것들의 비밀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아내에게
내 심장에서 막 꺼낸 숯불처럼
뜨거운 낱말인 듯
호동그란 눈 앞에 비춰주고만 싶은 것이다
♥가짜시인의 단상
흔한 말로 시인의 손을 떠난 시는 더이상 시인의 것이 아니라고들 한다.(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한 것 같다)
몇 날을 책상 앞에 앉았다 떠났다를 반복하면서 탄생시킨 한 편의 시. 그것은 새의 것이지 더이상 내것이 아니다.
탈고 이전까지는 오롯이 자신만의 시이지만 그 이후로는 독자와 평론가들을 위해 심어논 앵두처럼 소유권을 포기해야 한다.
그들이 그것들을 먹고 스스로의 양분이 되거나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하지만 자주는 똥을 누고 가기도 한다.
나는 복효근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한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시편들 모두가 따듯하다.
나의 앵두를 나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새의 것이라 말하는 시인의 저 소탈한 시선을 보라.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품어 간절히 바란다면 결국 그것은 내것이 되는 것이란 걸 말해준다.
복효근 시인은 아마도 가슴이 넉넉한 훌륭한 인품의 사람이라고 나는 감히 단정한다.
너의 것이든 나의 것이든 심어논 앵두는 열리기 마련.
좀 더 필요한 이에게 그것이 돌아간다면 세상은 참 멋진 곳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