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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림 / 박무웅 본문
숨은 그림
박무웅
사무실엔 한 폭의 황산이 걸려 있다
얼마 전 여행에서 사온 먹빛 산이다
세관에선 액자만 살피고 산봉우리 몇 개는 눈여겨보지 않았다
기암절벽과 수천 그루의 소나무와
바람은 무사통과 되었다.
전설의 장사(壯士)처럼
바위 많은 산 하나를 통째로 들고 왔다.
그날부터 즐거운 숨박꼭질이 시작되었다
아침마다 오르던 산 대신 그림 속 일만 계단을 오른다.
반갑지 않은 사람이라도 찾아오면
슬쩍 그림 속 소나무 뒤로 숨곤 한다.
그럴 때마다 보였다.
숲속에는 돌을 지고 오르던 옛 석공과
구름이 쉴 새 없이 피어나오는 신비한 바위와
세상의 모든 새를 품고 있다 날려 보내는
포란의 고목하나를 보았다.
삭발한 자의 속죄가 숨어있고
몇 천 년을 소리 내지 않고 엎드려 있는
짐승 한 마리를 보았다.
그러다 그림 밖을 나오면
쉼 없이 절벽을 깍는 소리가 시계 속으로 들어가고
날개가 부러진 빈 바람 소리가 선풍기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때 알았다
큰 산 하나를 뒤질 수는 있어도
작은 그림 속은 쉽게 뒤질 수 없다는 것을
한참동안 그림 속을 살피다 가는 사람들,
저마다 황산 숲속에 무언가를 숨겨놓고 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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