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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염소 / 송찬호

가짜시인! 2013. 6. 6. 08:19

 

염소

 

            송찬호
 

 

저렇게 나비와 벌을 들이받고

공중을 치받고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쩍 않고 버티기만 하는

저 꽃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하여, 우리는 저 고집 센 꽃으로부터

뿔을 뽑아내기 위해

근육을 덜어내기 위해

짐승을 쫓아내기 위해

부단히 채찍질을 하였다

 
그리고 부지런히 말과 글을 배운

염소 학교 졸업식 날

그에게 많은 축복이 있었다

산과 들판은 절벽에 붙어살며

바위 사이를 뛰어다니는 쿠션 좋은 침대를

시간은 쉼 없이 풀을 씹어

향을 피워 올리는 검은 향로를 

시냇물은 약간 소심한 낯짝의 거울을

구름은 근사한 수염을

그리고 우리는 고삐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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