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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긴 아깝고 / 박철 본문
버리긴 아깝고
박 철
일면식이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을 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품에 안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
♥가짜시인의 단상
'버리긴 아깝고...' 란 말은 참 인정 스럽다. 사람 냄새가 난다.
처음부터 버릴 생각은 없다, 그냥 주고 싶었던 것이다. 주고 싶단 말이 입 밖에 떨어지지 않는다.
'널 주려고 가져왔어!' 라는 말이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버리긴 아깝고...'란 말로 변해 버린다.
그렇다고 받는 사람 역시도 그의 마음을 모를리가 없다. 별것 아닌듯 받아 놓지만 금새 마음이 따듯해 질 게다.
꼭 국어사전처럼 정확한 단어를 골라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을 해야 하는가.
시선을 애써 비켜, '버리긴 아깝고...' 이 한마디는 열 번, 백 번의 의역이 가능한 짜릿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옆집 혼자사는 할머니에게 '먹다가 남아서 개 주기는 아깝고...' 하며 두고간 따듯한 음식이 생각난다.
처음부터 개란 놈은 먹을 팔자가 아니었고 이름만 빌려주게 된 셈이다.
말을, 글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나는 오늘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 온다면 여러가지로 그 뜻을 상상해 보고 싶다.
그 생각만큼 나는 행복해 질 것이다. 행복한 공상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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