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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내가 내 속의 나보다 겉에 있다 / 김기주 본문
내가 내 속의 나보다 겉에 있다
김기주
길을 가다 차에 치인 개가 보였어
차들이 밟지 않으려고 바퀴 사이로 저 개를 흘려보낸다는 게 너무 괘씸해서
차를 세우고 개를 잡았어
따뜻하더라 겁이 났어 완전히 죽지 않았을까봐
아프다고 신음할 걸 볼 자신이 없었어
이걸 다행이라고 할까, 개는 따뜻하게 죽었더라
마지막 열을 온 힘으로 내고 있었어
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화단에 개를 올려놓고
난 내 갈 길 가려는데,
저 죽은 개를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을 거야
죽음을 보인다는 게 부끄러운 게 돼버리는 이런 개 같은 경우
봉투를 구해서 죽음을 담고 산에 올라갔어
죽음이라는 거, 꽤 무겁더라
있잖아 개를 묻는 게 불법이래
개를 담는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더라고
나는 지금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야
어제 눈이 와서 산엔 곳곳에 눈이 녹지 않았던데
따뜻한 죽음이 언 땅을 녹이더라
산을 내려오는 발자국이 크게 들리기 시작했어
비둘기가 나는 것도 고양이가 않아 있는 것도
진돗개가 짖어대는 것도 참 대단한 사건이더라
개를 묻었는데
차가운 내 두 눈이 거기 묻혀 있었어
♥가짜시인의 단상
죽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흔한 일이 되어버린 로드킬. 시가 주는 맛은 둘째 치고, 나는 시인의 인간다운 행동에 대해 감동을 받는다.
따뜻했을 저 목숨이 인간에 의해 식어가는 죽음의 현장에서 모두들 인상을 찌푸리며 피해갔을 저 죽음을
시인은 다가가 주검을 수습하고 묻어주는 따뜻한 불법을 자행한다.
세상사람 누가 그럴 수 있을까? 자동차 바퀴에 핏자국을 묻히기 싫어 궁시렁거리며 핸들을 교묘히 꺽었을
사람들과 다르게 차를 멈출줄 아는 그는 아마도 참시인일 것임에 틀림없다.
문장을 요리조리 비틀어 그야말로 만들어 내는 텍스트로서의 시를 쓰고 숭배하는 시인들에게서 절대 받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시인은 시인듯, 이야기인 듯 풀어내면서 애써 가공해낸 시보다 더 큰 무엇을 툭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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