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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흔들린다 / 함민복

가짜시인! 2013. 4. 17. 09:09

흔들린다

                   

                   함민복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 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형이 아슬아슬 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 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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