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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생각들

혼자 공부 한다는 것에 대한 외로움과 멈.

가짜시인! 2012. 11. 21. 20:01

 

시가 사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그릇인 줄로 착각하고 있는 시, 산문과 다름없는 글을 행만 나눈 시, 행을 나누어도 될 것을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산문시 형식을 부득부득 고집한 시, 굳이 시라는 형식을 통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인데 엉성하게 시의 외피를 입혀 놓은 시, 상투적인 관념어와 생경한 외래어를 남발하고 있는 시, 낯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쓸데없이 멋을 부린 시, 신춘문예의 이러저러한 유형을 흉내 내는 데 골몰하느라 자신만의 목소리가 없는 시, 표지며 원고 구성에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시― 내가 라면박스에다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시들이다. 안도현(시인·우석대 교수)

 

 - 2005년 신춘문예 예심 심사평(안도현) 중에서

 

때는 어느덧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처음부터 통과의례를 위해 시를 쓰지는 않았지만 살아 갈수록 이 형식이, 관문이, 족쇄가 얼마나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가를 실감한다. 아직 한 번의 도전도 해보지 않았지만 해를 거듭 할수록 절실해 진다. 문학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책임이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나는 한걸음씩 문학에 가까워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나만 아름다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혼자의 세상에 갇힌다면 그 세상이 아름다운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독자가 없는 개인의 문학, 시라는 것은 이미 죽은 것이다. 겉멋만 가득한 깡통 시인이 되기는 더더욱 싫지만 첩첩산중에 아름드리 단풍나무는 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냥 취미 삼아 시를 쓰기에는 난 너무 젊고 심장의 박동은 너무 강하다. 더 공부하자. 진정 세상을 느끼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더 배우고 싶고 느끼고 싶지만 길이 희미하고 방법이 난해하다. 멀다. 혼자란 항상 이렇다. 용만 쓰다 또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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