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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붉은 노을 - 경주 공연 본문
지금도 충분히 어리지만, 좀 더 어렸을 적 나를 자극하던 감성은 詩도 영화도 소설도 아니었다.
바로 이문세 3,4,5집 이었다. 레코드 가게에 가서 쭈욱 제목을 적어주며 녹음 해서 듣던 카세트 테이프가 아직 책장에 꽂혀 있다.
기타를 배우고 친구들과 월세방에서 노래 부르던 기억이 새록하다. 참 가난하던 시절이었는데 기타 하나 녹음기 하나면 부러울 것 없던 시간들이었다.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은 없었지만 이영훈_이문세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했던 그시간들이 지금에와서 보면 내 감성의 틀을 만들었지 않았을까 생각 되기도 한다.
어제 이문세 붉은 노을 경주 공연이 있었다. 한 달 전 고민할 것도 없이 티켓을 예매하고 불혹이 의심스러울 만큼 나는 기다려졌다. 10대 시절의 감상에 푹 빠져보고 싶었다. 순수로 돌아가고 싶었다. 명곡들이 흘러나올 때마다 생각히는 사람과 상황들, 조용히 지금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재의 나를 이탈하고 싶었다.
막이 오르고 '옛사랑'으로 시작된 공연은 첫곡부터 녹아들기에 충분했다. 그의 노래는 단순히 한곡의 명품 음악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인생의 한 부분에 깔리는 배경음악 같았다. 그녀의 웃음소리 뿐, 그대와 영원히, 빗속에서, 광화문 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면, 소녀, 휘파람, 파랑새, 가을이 오면,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 이별이야기, 그리고,,,시를 위한 시.
살면서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 사는 것이 만만하지 않다는 이야기일게다. '벽' 같은 것이 느껴질 때, 그럴 때 돌아볼 수 있는 어떤 지점이 있다는 것은 끈을 놓지 않게 하는 희망의 불씨가 있다는 말일게다. 아주 건조한 삶은 살지는 않았다, 비록 생활고에 시달리고 십 여번의 이사를 다니고, 경제적인 이유로 하고싶은 공부를 못다했지만... 나에게는 친구들과 피우던 모닥불이 있었고, 소 먹이고 토끼풀을 뜬던 기억과 밤새워 종교와 철학을 씹던 친구들이 있었고, 이 산, 저 산을 옮겨 다니던 굳건한 다리가 있고, 사라진 문화를 찾아 헤매던 시간들과 조국과 민족, 그리고 불의 앞에 당당하던 청년의 시절도 있었다.
대선으로 시끄러운 연말이다.
아주 오래전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가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가, 얼마 후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게 아마도 20년도 훨씬 지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길을 몰라서, 열정은 있으나 재능이 부족해서 오래 접어 두었던 꿈을 서른을 훨 넘기고서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왕에 시작한 것이라면 나는 큰 '꾼'이 되고 싶다. 난 저들이 그렇게 바라는 대통령의 자리도 제쳐 두고 시인이 되고 싶으니까 말이다.
공연을 보고 나는 생각이 많다.
그의 노래에서 나는 다시 나를 돌아 보게 되었다.
멋진 공연이었다. 그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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