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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2023, 걷는사람) (22)
하루하루
| 서평 | 권상진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삶의 영역에서 찾아낸 성찰의 크기와 무게 김부회(시인・문학평론가) 권상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받았다. 가장 먼저 펼친 것은 해설이나 시의 본문이 아닌, 목차였다. 보통 본문이나 해설을 먼저 보는 것이 상례이지만 목차를 먼저 본 것은 권상진 시인이 주목하는 세상에 대한 눈을 보는 것이다. 시인이 세상을 보는 눈은 한 쌍의 눈동자가 아닌 겹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낱눈이 여러 개 모여 벌집 모양으로 생긴 눈을 겹눈이라고 한다. 하나의 현상이나 풍경이 아닌, 하나에서 열을 보는 시인의 눈을 본 것이다. 언어의 조탁은 나중 문제일 것이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무엇을 어떤 눈으로 보는가 하는 것이다. 눈의 온도가 따뜻해야 세상이 따뜻해진다는 것을 ..
권상진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 서평 내 귀에 걸어 놓고 간 뉘엿한 말들 정서희(시인) 상처 나고 부러진 말의 조각들 모리스 블랑쇼는 ‘쓴다는 것은 시든 소설이든 언어의 매혹이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 달콤하고도 서늘한 매혹에 빠져서 웃고 우는 존재가 작가이다. 그러고 보면 시인이란 얼마나 황홀하고도 애잔한 존재인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신선한 말의 모태를 찾아 모래바람 치는 사막에서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권상진 시인은 2013년 ‘전태일 문학상’을 받고 문학 사회에 나왔다. 2018년 첫 시집 눈물 이후를 출간하고 “부끄럽고 두렵다”고 소회를 밝히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직 한 번도 시의 한가운데에 가 닿아 본 적이 없다”(「..
http://www.msi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0 권상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 걷는 사람 시인선으로 출간 - 미디어 시in 김휼 기자 2013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 시작한 후 시집 『눈물 이후』와 합동 시집 『시골시인 K』을 출간한 바 있는 권상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걷는 www.msiin.co.kr 섬세한 시선으로 소외된 타인을 위무하는 노을빛 미학 김휼 기자 2013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 시작한 후 시집 『눈물 이후』와 합동 시집 『시골시인 K』을 출간한 바 있는 권상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걷는사람, 2023)을 출간했다. 권상진 시인은 자연과..
모르는 척 권 상 진 바람이 꽃의 멱살을 잡고 흔든다 어디서 모양을 구기고 뜬금없이 달려와 만만한 꽃의 모가지를 틀어쥐었다 팽팽한 손목 힘줄 너머에서 끄덕이는 목줄기는 언뜻 수긍 같지만 땅속 잔돌을 거머쥐는 뿌리의 악력은 끝내 꺾이지 않겠다는 저항이었다 지는 줄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 꽃은 전 생애를 건다 비굴은 때로 목숨보다 질기게 자신을 움켜쥐기 때문이다 이럴 땐 바람부터 말려야 한다 끼어들어 둘 사이를 떼어 놓고 꽃의 말을 먼저 들어주어야 한다 한바탕 싸움에서 지고 온 나를 오래 안아 주던 엄마처럼 바람을 등지고, 헝클어진 호흡이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주어야 한다 잎을 접고 주저하는 꽃에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린 딴 얘기를 하고 엉뚱한 질문을 하고
밑장 기회는 언제나 뒤집어진 채로 온다 공평이란 바로 이런 것 이 판에 들면 잘 섞어진 기회를 정확한 순서에 받을 수 있겠지 그래, 사는 일이란 쪼는 맛 딜러는 펼쳐 놓은 이력서를 쓰윽 훑어보고 몇 장의 질문들을 능숙하게 돌린다 손에 쥔 패와 돌아오는 패는 일치되지 않는 무늬와 숫자로 모여들던 가족들의 저녁 표정 같았지만 여기서 덮을 수는 없는 일 비밀스레 돌아오는 마지막 패에는 섞이듯 섞이지 않는 카드가 있었고 꾼들은 그걸 밑장이라 불렀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밑장을 빼내 옆자리에 슬쩍 밀어 줄 때, 딜러의 음흉한 표정이 117 밑장의 뒷면에 슬쩍 비치고 있었다 계절이 지나도록 판은 계속된다 어제 함께 국밥을 말아 먹고 헤어졌던 이들이 더러는 있고 한둘은 보이지 않는 새 판에서 겨우내 패를 덮고 있던 나..
햄릿 증후군 등산이나 갈까 싶은 일요일 오전 분식집 메뉴판 앞에서 고민에 든다 첫 끼는 밥이지 하며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가 그래도 분식의 꽃은 라면이 아니던가 라면과 김밥 한 줄로 주문을 바꾼다 짠 라면은 밥이라도 말아 먹지 싱거운 라면은 밀가루 냄새만 가득해서 고행하듯 반쯤 비워 가는 찰나 등산복 차림의 중년 슬그머니 들어와 옆자리에서 반가사유 하고 있다 흘깃 내 밥그릇을 탐내는가 싶더니 라면에 김밥 한 줄요! 하마터면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칠 뻔했지만 되는 놈은 어떻게도 되는 법 금세 야채볶음밥으로 갈아탄다 순간 그에게 엄지척을 날릴 뻔했다 월간 『모던포엠』 2018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