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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밑장 본문
밑장
기회는 언제나 뒤집어진 채로 온다
공평이란 바로 이런 것
이 판에 들면 잘 섞어진 기회를
정확한 순서에 받을 수 있겠지
그래, 사는 일이란 쪼는 맛
딜러는 펼쳐 놓은 이력서를 쓰윽 훑어보고
몇 장의 질문들을 능숙하게 돌린다
손에 쥔 패와 돌아오는 패는
일치되지 않는 무늬와 숫자로 모여들던
가족들의 저녁 표정 같았지만
여기서 덮을 수는 없는 일
비밀스레 돌아오는 마지막 패에는
섞이듯 섞이지 않는 카드가 있었고
꾼들은 그걸 밑장이라 불렀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밑장을 빼내
옆자리에 슬쩍 밀어 줄 때, 딜러의 음흉한 표정이
117
밑장의 뒷면에 슬쩍 비치고 있었다
계절이 지나도록 판은 계속된다
어제 함께 국밥을 말아 먹고 헤어졌던 이들이
더러는 있고 한둘은 보이지 않는 새 판에서
겨우내 패를 덮고 있던 나무가 자리를 당겨 앉아
새잎을 쪼고 있다
쪼는 족족 봄이다
밑장 없는 계절에 이력서를 쓰는 밤이 길다
합동시집 『시골시인-K』 (2021,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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