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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
권 상 진
바람이 꽃의 멱살을 잡고 흔든다
어디서 모양을 구기고 뜬금없이 달려와 만만한 꽃의 모가지를 틀어쥐었다
팽팽한 손목 힘줄 너머에서 끄덕이는 목줄기는 언뜻 수긍 같지만
땅속 잔돌을 거머쥐는 뿌리의 악력은 끝내 꺾이지 않겠다는 저항이었다
지는 줄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 꽃은 전 생애를 건다
비굴은 때로 목숨보다 질기게 자신을 움켜쥐기 때문이다
이럴 땐 바람부터 말려야 한다
끼어들어 둘 사이를 떼어 놓고 꽃의 말을 먼저 들어주어야 한다
한바탕 싸움에서 지고 온 나를 오래 안아 주던 엄마처럼
바람을 등지고, 헝클어진 호흡이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주어야 한다
잎을 접고 주저하는 꽃에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린 딴 얘기를 하고 엉뚱한 질문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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