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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2023, 걷는사람) (22)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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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흰과 검은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검은은 우하귀의 도쿄 흰은 좌상귀의 서울 검은은 우상귀의 홋카이도 흰은 좌하귀의 목포 여기까지는 정 석에 가까운 포석이지 검은이 목포에 눈목 자로 나가사 키를 붙이면 흰은 날일 자로 제주를 두며 지키는 방법 을 택했어 그때 검은이 이키로 세력을 넓혀 왔지만 흰 은 장고에 들다가 거제를 놓으며 다시 지키는 쪽을 택했 어 검은이 시마네로 하변의 실리를 쌓을 때 흰이 어복* 에 울릉을 놓는 거야 도대체 무슨 행마법이었을까 검 은이 자충이라 여겼는지 한 칸 띄며 오키를 놓을 때 흰 은 응수하지 않았어 마음은 이미 울릉에 가 있었던 거 야 마늘모로 독도를 가만 붙이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신의 한 수였지 검은이 오키나와로 한 칸 건널 때 흰은 독도에 괭이갈 매기 집을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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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오늘의 예보는 나쁨 우리는 서로 아득합니다 수만 년을 건너온 화석 연료처럼 사랑은 지금 불완전 연소 중 실루엣만 남습니다 몇 걸음으로도 먼 당신, 오래된 자동차처럼 불편해지다가 차츰 미세해지는 감정 이대로 이별해도 되겠습니다 질량 없는 언어가 우리 사이에 가득합니다 가슴에 차곡차곡 쌓이던 말이 오늘은 희뿌연 비유로만 촘촘합니다 오늘의 예보는 나쁨 오래전 시작된 사랑을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그 간격 속에 타다 남은 사랑이 먼지처럼 가득합니다 문학동인 「Volume」 동인지 제2집(시산맥사,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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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피어나는 유일한 방법 여자는 손목으로 울고 있었다 눈물만으로는 비워낼 수 없는 삶의 물꼬를 돌려놓고 싶을 때마다 손목에 칼을 댔다 외로움은 칼끝보다 더 고통스런 통점 남겨진 한쪽이 삶에 손 내밀 수 없도록 깍지 낀 손이 기도처럼 단단했다 욕조는 붉은 잉크가 풀어내는 독백을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받아 적는다 선명해져 가는 문장 속에서 발갛게 피어나는 여자 어긋난 꽃차례를 따라가다 보면 어둠 속에 웅크려 있는 소녀를 만난다 골절된 날들에 부목을 대고 가만히 속내를 더듬어 가다 보면 손목엔 칼끝이 새긴 환생의 숫자들, 가만히 스캔해 보면 ‘나를 잊지 말아요’ 계간 『사람의 문학』 202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