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수북책방
- 햄릿증후군
- 권상진 #저녁의 위로 #검은 사람 #발아래 어느 상가 #장수철 시인 #시와문화
- 접는다는 것
- 걷는사람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눈물 이후
- 권상진 시인
- 권상진시인
- 밑장
- 권상진
- 웹진 시인광장
- 이필
- 가짜시인
- 권수진
- 서형국
- 들은 이야기
- 유승영
- 북토크
- 눈물이후
- 시골시인K
- 언니네 책다방
- 레미앙상블
- 도서출판득수
- 경주문학상
- 석민재
- 리스트컷증후군
- 권상진 시집
- 노을쪽에서온사람
- 최미경 시인
- Today
- Total
목록나의 편린들 (493)
하루하루
저글링 권 상 진 출근길에 생각 없이 들고 나온 자두가 하필이면 두 개 하나면 먹고 가고 세 개면 가서 먹을 텐데 어색한 동행이 되어버린 자두와의 출근길 책상은 세 개 자두는 두 개 인사 대신 하나 받아 든 앞자리 녀석이 자두 한 번 나 한 번 빈자리 한 번 보고 슬그머니 옆자리에 올려놓길래 다시 하나 던져주는 마음의 궤적 뒤늦게 들어선 여직원 곁눈질로 책상들을 살피다가 슬그머니 내 책상에 놓고 가는 눈인사와 자두 자두는 두 개, 사람은 세 명 이 책상 저 책상 옮겨 다니다 온종일 후숙 되는 자두와 마음 다음날 자두 한 개 들고 문을 열었더니 어쩌나, 사람은 세 명, 자두는 다섯 개 월간 『모던포엠』 2020년 10월호
마지막 퍼즐 권 상 진 완성된 그림을 기억하세요 이 장면은 영등포 쪽방골목 오르막길 리어카 노인이 그려진 조각 퍼즐들 새벽 4시가 되면 헝클어지는 퍼즐조각 점호처럼 시작되는 점등의 시간에 아직 깜깜한 창이 보이네요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아래쪽 테두리에 살짝 그려진 빌딩 근처에서는 조각을 들고 고민하지 마세요 그곳은 신성한 성지처럼 잠시 햇볕을 찾아 순례를 다녀오는 곳 차라리 해거름의 동토를 상상해 보아요 먹잇감을 놓쳐버린 늙은 북극늑대가 우두커니 서있는 저 언덕, 그 자리에 노인 한 분을 맞춰 봐요 파지와 리어카 조각을 맞추었다면 다시 그 앞에 등 굽은 노인 한 분 쪽방과 오르막은 같은 모양이라서 쉽게 맞출 수 있어요 아직 마지막 노인의 자리를 찾지 못하셨나요 저녁을 기다려 보세요 불꺼진 새벽의 그 창..
탑 - 황룡사 터에서 권 상 진 목탑이 있던 자리 허망한 역사의 뒤뜰에서 자라는 잡풀들 사이로 흩어진 석재가 더러는 묻히고 또 삭아진 땅 허물어진 금당 위로 마침내 몇 번의 왕조조차도 쓰러진 자리에 낮게 숨죽이며 버텨온 심초석 하나 탑은 어디로 갔을까 황량한 빈 터 어디에 묻혀 있을 탑 그림자는 이제 자신의 모습조차 잊었을 테지 시간의 앙금이 지층이 되도록 빈 터가 천년을 가두는 동안 층층이 허상만 그려 올리던 사람들 심초석 위에 기대앉아 본다 왜 몰랐을까 한 생각 접고 여기 앉으면 누구라도 탑이 된다는 것을 거닐던 사람마다 탑이 되어 솟는다 누웠던 그림자가 키를 맞추면 바람이 머리칼을 쓸며 탑돌이를 시작한다 반년간 『스토리문학』2020년 하반기호
계간 『시와 경계 』 제45호(2020년 여름호) 오늘의 주목할 시인 권상진 신작시 나무 의자 외 3편 등단시 영하의 날들 대표시 왼손잡이 박경희 비평 삶과 죽음 사이의 간이역에 머물다 신작시/ 나무 의자 외 3편 권상진 관절에 못이 박힐수록 의자는 점점 바른 자세가 된다 생각이 무거우면 부처도 자세를 고쳐 앉는데 의자라고 다리 한번 꼬고 싶은 순간이 없었겠는가 못은 헐거워진 생각을 관통하고 너머의 삶을 다시 붙잡는다 돌아눕고 싶은 밤이 있었고 돌아서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나이가 온몸에 박혀올 때마다 나는 자세를 고치며 다시 살아볼 궁리를 한다 하늘도 긴 날을 삐걱거렸는지 밤이면 못대가리들로 촘촘하게 빛난다 젖무덤 여자를 벗고, 집 앞 골목을 나오는 사람 얇고 하얀 모시런닝 속 중력 쪽으로 기운 가슴에서..
젖무덤 권 상 진 여자를 벗고, 집 앞 골목을 나오는 사람 얇고 하얀 모시런닝 속 중력 쪽으로 기운 가슴에서 탄화된 시간이 설핏 비친다 나는 남자를 버리고 한참 동안 저 밋밋한 것을 바라본다 누가 이름 지었을까, 젖무덤이라는 말 그 속에 눈물이 한가득이다 가슴에 헛묘를 만들고 남몰래 욱여넣던 설움들이 부품하다 연고도 없는 저 무덤 앞에서 나는 경건해지고 저 여인 앞에서 숙연해진다 그런 나이가 온 것일까 등 뒤에서 팽팽하던 여자를 풀어 버려도 하나 남사스러울 것 없는 그런 나이란 게 있기는 한 것일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양을 바꾸는 가슴이 건반을 벗어난 음표들처럼 자유롭다 계간 『시와 경계 』 2020년 여름호
졸혼 권상진 이별은 어느 역에서 갈아타야 합니까 일행처럼 함께한 우리, 목적지가 다른 티켓을 지녔나 봐요 매일 보는 풍경은 지루한 벽지 같아요 짧게 서로를 바라보고 오래 창밖을 응시 합니다 사실은 고정된 창이 지겨웠던 거죠 입체감을 잃은 사랑이 틀 속에 갇힙니다 열정의 곡선은 기억에서 휘어지고 직선의 선로 위의 우린, 쏠림이 없습니다 이번 역에서 내리기로 합니다 웃는 이별이 있을까요 이제 우리는 좌표의 형식으로만 남겠지요 계간 《시와 경계》 2020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