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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때 _ 계간 『신생』 2021년 봄호 수록 본문

나의 편린들/버린 詩(발표)

어느 한때 _ 계간 『신생』 2021년 봄호 수록

가짜시인! 2021. 3. 22. 09:41

어느 한때

                          권 상 진

 

 

당신의 입술에서 꽃잎들이 흩날립니다

정원 어디에도 없던 꽃들

사전을 펼쳐 꽃말을 찾는 동안

눈가에 물든 단풍이 볼에 번집니다

어떤 꽃말에 밑줄을 긋다 말고

붉어진 당신을 따라나섭니다

 

온통 물결뿐이었던 나의 어느 한때

말없이 함께 일렁이던 당신처럼

이제 내가 당신의 뒤가 되어

묵묵히 파도를 받아 안겠습니다

 

여자를 그만두게 됐어

잠시 나를 바래다주고 올게

음표를 잃어버린 오선지처럼 당신은 말하고

나는 남습니다

 

장소만 있고 시간은 없는 약속처럼

모든 날 모든 때 모든 자리에서

내가 기다립니다

 

 

계간 『신생』 202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