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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말의 뒤편 / 윤병무

가짜시인! 2019. 12. 11. 10:41

말의 뒤편

 

 

                  윤 병 무

 

 

마저 말하려는데

왜 목메는지

 

목메는데 왜

말은 역류하는지

 

말을 물고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밤

 

밤이 바람을 뱉는다

구름이 반달을 뱉는다

 

반달이 절반만 말한다

해에게 빌린 말

 

빛 없는 말은

달 뒤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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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고 지인은 짜증이 났다고 했다.

자신은 왜 이렇게 쓰지 못할까...라는 자책 때문에.

나 역시도 짜증이 났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내 시의 불편함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시를 만져보니 알겠다. 긴 시를 쓰는 일보다 짧은 시를 쓰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짧은 시는 정말 잘 쓰여지지 않으면 독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문장.

그것은 언어를 이미지화 시키는 기술이다.

언어가 반을 말하고, 이미지가 반을 보여준다.

하고싶은 말을 언어로 다 표현하자니 길어질 수 밖에...

때로는 보여지는 하나의 장면이 수천 수만 단어들을 무기력하게 한다.

시적 언어로 그 이미지를 형상화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시인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나 시인이 아닌, 참 시인 말이다.

 

- 가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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