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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돌아온 시

검은 비닐봉지에 악수를 청하다

가짜시인! 2018. 9. 1. 13:35

검은 비닐봉지에 악수를 청하다 / 권상진 | 문학 단상  - 경산문인협회 카페에서

鵲巢-이호걸  2018.08.28. 12:43

 

 

 

검은 비닐봉지에 악수를 청하다 / 권상진

 

 

     버스 승강장 화단에 걸린 검은 비닐봉지 귀갓길 한 번은 누군가를 설레게 했을 불투명의 저 포장이, 허기진 노숙의 저녁에게는 간절한 신앙 같았을 저것이 바람에 잔주름을 접었다 펴고 있다 오감이 몸을 빼낸 허물 같다 정수리를 먼저 보여줘야 만날 수 있는 이들에게 악수를 청할 때 그들이 내 손에 걸려 빈 봉지처럼 흩날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게 손을 내밀 때마다 탈피를 완성하는 그들은 더 단단해진 등껍질이 되어 나에게서 돌아섰다 이제 나와 악수할 시간 빈 벽에 종일 불편하였던 껍질들을 차례로 걸어놓고 악수를 청해 본다 따듯하다 구겨진 하루치의 주름과 남은 온기가 방바닥으로 주르르 흘러내리고 나면 벗어놓은 하루가 가볍게 흔들린다 내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鵲巢  感想文

 

     어떤 일을 도모하려면 우선 사람이 모인다. 아니 사람을 모으게 돼 있다. 혼자 그 일을 모두 처리할 순 없기 때문이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얘기다. 바늘 공장을 차려 혼자 하나씩 만드는 것과 여럿이 분업하여 만드는 것은 일의 효율과 생산성은 판이하게 다르다. 사회는 각종 전문가의 집단이다. 이들 전문가를 나는 어떻게 이용하고 어떻게 배려하며 어떤 도움을 받고 주느냐다. 이 속에 행복은 배가 될 수도 있으며 손실 또한 그 배가 될 수도 있다.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 어떤 목적을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을 뱉고 또 주어 담는다. 갑의 처한 입장과 을의 처한 입장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언제나 그 이면이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병과 정까지 그 이상의 소수 단체와 협회까지 얘기하면 복잡한 일이며 이러한 다수의 힘을 통제하거나 다룰 수 있는 힘이 없다면 는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좀 더 가난해질 필요가 있고 좀 더 수양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생활의 불편함은 늘 일을 도모하는 자세로 돌려놓고 만다.


     어떤 일에 나는 솔직하게 대했다고 하지만, 상대는 그 솔직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나는 정수리까지 보였지만, 악수는 과연 이루어질까 악수는 그 표면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속까지 꿰뚫어 본 것인가? 까만 빈 봉지처럼 거저 바람에 흔드는 몸짓은 아니었던가! 상대는 도로 이용하여 더 단단한 무엇으로 우리를 억압하지는 않았던가! 얼마나 우리는 사회에 까만 빈 봉지처럼 벗어던졌던가! 그것이 또 우리에게 딱딱한 등껍질처럼 되돌아왔던가! 오늘도 어떤 목적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또 뱉어야 하는가! 이 하루가 주름처럼 흘러내리는 이 따뜻한 바닥에 나는 또 얼마나 더 단단해지려나?


     하루를 이겨내자고 마음을 다져본다.

     만초손慢招損 겸수익謙受益이라고 했다. 자만하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이 더하다. 세상은 능력자들이 뽐내는 무대다. 알고 보면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고 좀 더 머리를 숙여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죽고 나면 원점이지만, 세상 좀 더 살고자 한다면 숙여야겠다. 노숙자보다는 좀 낫다는 처신 말이다. 다만, 꿈만을 위해 좀 더 나가고자 하는 행동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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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상진 1972년 경북 경주 출생 詩集 눈물 이후시산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