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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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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시인! 2018. 8. 6. 13:07

탑골공원

 

 

 

기다림이란 저런 것이다

 

질주하듯

생을 내달려 낡아 버린 몸이

마흔 즈음 놓쳐버린 청춘

늙어 돌아올 때까지

종일, 말없이 공원 벤치에서

살아온 방향을 바라보는 일

 

매일 옆에 앉던 이가 며칠째 오지 않는다

한참을 오지 않는 이유는

결국 영영 돌아오지 못할 까닭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기다림이 슬픔을 대하는 방식은

허겁지겁 공원을 지나쳐 가는

타인의 영혼마저도 조용히 환대해 주는 것

우화의 찰나를 지나고 있는지

정지된 자세만 허물처럼 벗어놓고

사는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모두 기다림이라는 듯

잠시 집을 다니러 가고 없는 공원의 저녁

 

깜박 놓고 간 지팡이 하나가

밤새 또 그들을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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