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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두 번 절하다

가짜시인! 2018. 8. 6. 13:06

두 번 절하다

 

 

   

땅 위의 잎과 빈 가지는 어느 쪽이 버려진 것일까

나무는 떨켜로 마음을 닫았고

잎은 잎자루를 단단히 동여맸다

삼투되지 않는 감정의 골이 생긴 허공에는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가을만 고민이 깊다

 

시민장례식장 좁은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여기도 가을이 한창이다

몇 해 전부터 삶의 무게를 줄여가던 어느 시인은

오늘, 세상과 완전히 분리되었다

사람들은 그가 세상을 버렸다고 했지만

어쩐지 세상의 표정은 버려진 것 같지가 않다 

 

그가 머물던 생의 가장자리는

붉거나 거뭇한 상처가 태반이었지만

세상의 떨켜는 여전히 견고해 보인다 

 

버린 것인지, 버려진 것인지 알 길이 없는

시인과 세상

아무나 억울한 쪽 마시라고 술 한 잔 따라놓고 

시인에게 한 번 절하고

세상에 또 한 번 절한다

 

옷 매무새를 고치는 척

내 몸 여기저기를 더듬거려 본다

툭 불거진 마음자리가 한 계절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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