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하루하루

접속 본문

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접속

가짜시인! 2018. 8. 6. 12:55

접속

   

 

 

귀잠 든 그의 팔에서 심장 소리를 듣는다

먼 행성으로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대열을 지어 오는 난해한 주파수처럼

박동은 귀를 타고 내 심장에

낯선 파장을 그린다

 

문틈 새로 스민 달빛을 베고 눕던 날

비로소 이해되던 달의 언어들

빛의 파동에 귀를 대면 들리는 맥박 소리가

달의 뒤편 그늘에 대해 말해 주었다

 

온몸 구석구석 탐문을 끝낸 지친 혈류가

그를 내 귓속에 건네고 돌아서면

매직미러 너머로 접속을 시도한다

맥동이 스캔 될 때마다 달의 그림자가 배경으로 나타나고

지상에는 없던 그가 낯선 표정으로 성큼 걸어 나온다

숨소리마다 또 다른 얼굴의 그가

 

같은 공간에서 앓았던 난청의 시간

박동의 파장을 기억해 채널을 다시 맞춰 본다

고단한 시간들이 뒤척여 접속이 끊기면

진원을 잃어버린 소리는

돌아갈 일 없이 툭툭 내게로 와서 쌓인다

여운처럼, 그를 내려받는 일은 좀체 끝나지 않는다

'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잎 그늘  (0) 2018.08.06
탄환들  (0) 2018.08.06
지구별에서의 마지막 이사  (0) 2018.08.06
201호 여자  (0) 2018.08.06
저승꽃 문신  (0) 201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