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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 / 윤성학 본문
내외
윤 성 학
결혼 전 내 여자와 산에 오른 적이 있다
오붓한 산길을 조붓이 오르다가
그녀가 보채기 시작했는데
산길에서 만난 요의(尿意)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가혹한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이끄는 대로 산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따라들어왔다
어딘가 자신을 숨길 곳을 찾다가
적당한 바위 틈에 몸을 숨겼다
나를 바위 뒤에 세워둔 채
거기 있어 이리 오면 안돼
아니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안돼 딱 거기 서서 누가 오나 봐봐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서
그녀가 감추고 싶은 곳을 나는 들여다보고 싶고
그녀는 보여줄 수 없으면서도
아예 멀리 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고
그 거리, 1㎝도 멀어지거나 가까워지지 않는
그 간극
바위를 사이에 두고
세상의 안팎이 시원하게 내통(內通)하기 적당한 거리
♥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지만 모든 이들에게 같은 마음의 거리를 우리는 허락하지 않는다.
인연마다 그 간극은 멀거나 혹은 가까워서 동일한 일에도 감정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산을 오르다 갑자기 만난 요의와 민망한 해결을 에피소드로 하고 있지만 이 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거리 또는 간극이다. 내외라는 사이는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를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합일을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결국 내외라는 관계라 할지라도 그러한 완충지대가 필요한 것임을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한 생을 함께하는 동안 수 없이 맞딱드려야 할 생각과 행동방식 차이를
상쇄해 줄 그 공간. 그 공간이 너무 벌어지면 남과 다르지 않고, 너무 가까워지면 자신과 동일시
되어 배려가 사라지는... 참으로 어려운 간극이 아닐 수 없다. 너무 가까우면 부분 밖에 보이지 않
고 또 너무 멀어지면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는 서로의 간극. 서로 살을 맞대고 살더라도 항상 서로의
존재 전부가 보이는 거리. 그 사이에 사랑과 이해와 용서가 존재하고 있다.
- 가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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