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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 김재진 본문
풀
김 재 진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 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
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
상처가 내뿜는 향기에 취해 나는
아픈 것도 잊는다
상처도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 생각1 참 아름다운 시다. 도심에서는 쉽게 맡을 수 없는 풀의 향기. 그 이름 만으로도 온몸으로 전해오는 전율이 있다. 고향 생각도 나고
유년 시절의 아득한 그리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풀향기 하나로 온통 그리움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는, 詩라는 것의 妙.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
아마도 이 시의 80%는 이 두 행이 견인하고 있다. 사람과 풀(자연)의 이 극명한 대조, 사람과 사물에 대한 관조, 그리고 읽는 이에
게 남겨주는 여운. 비명이 아닌 향기를 지르다니! 오직 시인만이 할 수 있는 표현임에 틀림없다.
생각2 과연 베인 풀이 향기를 질렀을까? 풀은 상처와 고통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그것은 풀의 향기가 아닌 풀의 비명. 풀의 향기
가 아닌 풀의 피비린내 였을지도... 풀의 고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향기로 치환해버린다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
만 듣는 사람의 이기적 감각 때문은 아닐까? 풀에게도 발성 기관이 있었다면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그 고통스런 비명 아래 풍겨
나오는 냄새를 향기라 누가 말 할 것인가? '상처도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말은 상대를 철저히 무시하고 자기 편향적인 생각
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생각케 한다. 언어와 문자, 그리고 그것들과 결합된 문학, 특히 상징과 비유가 가득한 시에서는 작자의 의
도를 일일이 물을 만큼 독자들은 부지런하지도 않을 뿐더러 친절하지도 않다. 자신의 눈 높이에서 그리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작
품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기 마련이다.
풀냄새에서 아름다움도, 추함도 모두 보았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시였는데 어제 밤 문득 떠올라 아름답다...하며 몇번을 되뇌이다가 잠들
었는데 오늘 아침에 다시 읽으니 갑자기 두번 째 생각이 들었다. 불통과 아집의 시대에 살다 보니 모든게 삐딱하게 보이나 보다. 머리를 몇
번 세게 흔들어 헝클어진 생각들을 제자리에 맞춰 넣고 세상의 불결하고 추악한 면들을 자세히 바라보고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시인이 되
어야겠다. 힘껏 다짐해 보는 시간이다.
- 가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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