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Tags
- 권상진 시인
- 수북책방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리스트컷증후군
- 권상진시인
- 노을쪽에서온사람
- 눈물 이후
- 레미앙상블
- 걷는사람
- 햄릿증후군
- 접는다는 것
- 들은 이야기
- 권상진
- 이필
- 가짜시인
- 석민재
- 언니네 책다방
- 유승영
- 권상진 #저녁의 위로 #검은 사람 #발아래 어느 상가 #장수철 시인 #시와문화
- 눈물이후
- 북토크
- 경주문학상
- 서형국
- 권상진 시집
- 밑장
- 권수진
- 시골시인K
- 도서출판득수
- 웹진 시인광장
- 최미경 시인
Archives
- Today
- Total
하루하루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 나희덕 본문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희 덕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며 문을 두드리면
조등(弔燈)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 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 베껴 적는 내내 가슴이 시리다. 쉽게 뱉어내는 한번 만나자는 말, 밥 한번 먹자는 말, 한번 보고싶다는 말은
이 시를 읽은 후로부터는 허투루 할 말이 아니다. 아마도 목련 그늘이 좋은 집에 놀러 오라는 말은 진심, 보고
싶다는 말이었을게다. 살면서 자주 진심을 가볍게 여기고 마는 경우가 있다. 슬픈 감정은 그런 진심을 헤아리
지 못한 것에 대한 지극한 반성일지도 모른다. 늦기 전에 내가 들었던 말과 했던 말에 대하여 움직여야 겠다.
그렇지 못하면 그 아린 마음이 조등으로 걸려 생각 날 때마다 가슴속에서 흔들거릴지도 모를 일이고, 밤새 목
련 지는 소리를 듣듯 아주 오래 생각의 소리를 들어야 할 지도 모른다.
너무 늦지 않도록 인연있는 이들에게 달려가야겠다.
- 가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