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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

가짜시인! 2015. 3. 17. 09:43

지상의 방 한 칸

 

                김사인  

 

 

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 비는 재주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아픈 것은 아픈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짜증스러운 것에 불과하.

정말로 아픈 것은 내 어린 자식이 아프거나 아내가, 그리고 부모, 형제가 아픈 것이었다.

시인은 세상을 아우르는 능력자인데 실상 시인의 손에는 돈만 빼고 다있다.

결국 돈과 연관된 것은 하나도 없단 얘긴데 살면서 돈과 관계되는 것을 다 빼고나니

나와 가족의 빈 몸뚱어리 빼고는 아무 것도 남는게 없음은 또 무슨 아이러니인가!

원고지 몇 칸을 메워 돈이라도 벌 수 있는 시인은 그나마 다행이다.

시는 신주단지처럼 모셔 놓고 하루의 팔 할은 먹고살기에 바쁘다.

가난하다고 모두 시인이 될 수 없고

시인이라고 다 가난하지 않다.

문제는 '시를 써서 가난을 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날도 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가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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