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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한테 다 있다 - 민병도 시조시인 특강 본문
한 시간 반 정도의 강의를 들었다.
기억나는 말은 딱 두 가지.
[ 자기한테 다 있다 ]
시라는 것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오해인 줄 알면서도 생각을 쉽게 고쳐먹을 수 없었다.
뭔가 대단하고 심오한 것을 써야 시가 격이있다는 오해. 그것으로 인해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다만 먼 곳을 찾아 헤매었다.
그러니 쓸 것이 적고 쓰기가 어려워질 수 밖에. 텅 빈 머리와 짧은 연륜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쫓아 다닌 셈이다.
시인은 말한다, 시를 쓰기위한 모든 것은 자기한테 다 있다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쓰기위해서는 상상과 허구를 끌어다 써야하는데 그것은 체험이 없기 때문에 진정성이 부족하고 결국 감동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가 바로 시의 소재라는 말이 이미 학습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제 다시 들으니 머리에 머물렀던 그 말이 가슴으로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다.
들풀 / 민병도
허구한 날
베이고 밟혀
피 흘리고
쓰러져 놓고
어쩌자고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는지
알겠네
왜 그토록 오래
이 땅의
주인인지
장국밥 / 민병도
울오메 뼈가 다녹은 청도 장날 난전에서
목이 탄 나무처럼 흙비 흠뻑 맞다가
설움을 붉게 우려낸 장국밥을 먹는다
오원짜리 부추몇단 삼원에도 팔지 못하고
윤사월 뙤약볕에 부추보다 늘쳐저도
하굣길 기다렸다가 둘이서 함께 먹던
내 미처 그때는 셈 하지 못하였지만
한그릇에 부추가 열단 당신은 차마 못 먹고
때늦은 점심을 핑계로 울며 먹던 그 장국밥
참 좋은 시(조)다, 허공에서 잡아온 시가 아니라 오롯이 시인의 체험에서 나온. 시의 재료는 단순하지만 그 울림은 참으로 크다.
모든 것은 시인으로부터 나왔다.
모든 것은 자기한테 있다는 말, 맞는 것 같다.
[ 현대시는 성형 미인 ]
개성이 없다는 말이다. 차별성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모두가 경향에 민감하고 상타는 시에만 관심을 가지는 탓이기도 하지만 이 판이 또한 나를 포함한 그들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체험과 개성으로 무장한 나만의 시를 쓰라고 권한다. 백 번 공감하면서도 선뜻 실행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현실이 떡허니 버티고 있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거리에서나 TV에서나 미인들이 즐비하다. 못생긴 얼굴을 찾기가 참 힘들다. 매뉴얼대로 몇가지 샘플을 보고 선택한 성형의 힘이다. 시인은 현대시를 성형미인이라 말하고 있다. 이름을 가리고 읽으면 마치 한사람이 쓴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적어도 한세대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들은 그들만의 특화되고 개성있는 시의 영역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만큼 시가 특출난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로부터 해방 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타고난 재주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학습에 의해 습작을 통해 시의 형태를 갖출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 시인 또는 시인 지망생의 양적 증가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점은 또한 다르게 평가 되어야 할 것임에 분명하다.
수능이나 등단이나 뭐가 다를까...
우리는 모두가 또다른 고3 이 아닐까.
경주문예대학 민병도 시조시인 초청 가을 문학 특강
201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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