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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우연 / 박제영

가짜시인! 2012. 11. 27. 13:59

 

우연

 

              박제영
 
 
문상이란 죽은 자의 명복을 빌기보다는 남은 자와의 관계를 지불하는 의식, 부조금이란 사자가 지상의 마지막 톨게이트를 지날 때 지불해야 할 통행료를 대납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남은 자들의 슬픔은 그러나 결국 죽은 자에게 닿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가속이 붙는다 시속 140킬로미터 어둠 속을 질주하는 것은 이 순간 무엇이지, 무엇, 퍽, 무인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고 일순, 어둠 속에서 제 몸을 드러낸 과속의 덩어리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담배 한대를 문다 꽃은 어디 가고 대궁만 남은 민들레를 보다가 낮게 엎드린 대궁을 흔들다가 문득 궁금해진다 풀 아래 뿌리쯤에서 이 순간 벌어지고 있을 우주운행에 관한 비밀들 - 벌을 잡아먹다 말고 도망치고 있는 스라소니거미와 제 몸을 말고있는 쥐며느리의 긴장에 대해서, 다음달 과태료를 내면 그 뿐일 이 우연한 사건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