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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행간의 고요 / 최서진

가짜시인! 2012. 10. 29. 17:53

행간의 고요

 

                 최서진

 

 

 

당신 신발에 내 발을 넣어 보는 일

그만큼의 고요를 생각한다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는 것은 페이지를 슬쩍 넘기는 것처럼 쉽다

말 없는 시간 속에서 바위가 조금씩

당신 쪽으로 기우는 일을

나는 또 고요라 부르는 것이다

명료한 슬픔을 가진 자세로 어두워져 가는 저녁

동네 한 바퀴를 돌아 너에게 가던 구름이

붉다

물집 잡힌 뒤꿈치처럼 부르튼 마음이

따라서 붉다

어깨동무도 없이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

허공은 사라지는 시간에 겸손해지는 깊이를 가진다

문득 뒤돌아보면, 쓱쓱 지워지고 나는

여기는 어딜까

당신의 고요가 내 고요를 신고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