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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연륜의 힘 / 김상미

가짜시인! 2012. 10. 31. 09:13

 

연륜의 힘

 

                         김상미

 

 

주름이 하나 더 늘었다

손가락으로 만져본다

따뜻하다

 

고뇌가 사랑보다 몸에 더 많은

흔적을 남기는 걸까?

아님 사랑이 고뇌보다 몸에 더 많은

흔적을 남기는 걸까?

 

꿈꾸듯 거울 속의 나를 본다

 

저 몸속에서 얼마나 많은 약속들이 꿈들이

힘겹게 뜨겁게 운명의 호미를 들고 고랑을 팠을까

그리고 그 고랑에서 나는 또 얼마나 자주

주저앉고 도망치고 또 일어서려 애썼을까

 

그 불꽃들이 모여 주름이 되었다는 게

이제는 아프지 않다

나무늘보가 천천히 마음씨 좋은 미소로

나무에 매달리듯

어느 날 문득 깨닫는 늙어감의 미학!

 

얼마나 멋진 발견인가?

빨리 정신을 차리든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든

상관없이

 

자연스레

내면을 조용히 재편성하는 연륜의 힘!

 

 

 

♥가짜시인의 단상

 

아직 주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제 나도 어느날 갑자기 놀라지 않기 위해 나를 관찰해야 할 때인가 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투쟁하고 고민하고 여러번 좌절도 느껴보았다. 사랑도 해보았고 심장에서부터 막을 수 없는 기쁨들이 터져 나오는

순간도 경험해 보았다. 

지금까지는 슬픔이 파놓은 고랑을 기쁨이 덮어주고 있어서 나의 고랑은 없는듯 감춰져 왔지만

살아갈수록 타인에게,자신에게 미안하고 후회되고 자꾸 미련 같은 것만 남게 될 때

마음속 고랑이 이내 얼굴에 드러나게 될지도 모른다.

 

주름이라고해서 모두 흉한 것은 아닐 터.

아름답게 나이를 세고

중후하게 늙어가는 이들이 또한 많지 않은가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

이제 나도 내 얼굴에 대한 책임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나보다.

 .

 .

그런데...'연륜의 힘'이란 제목 말고 다른 것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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