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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이방인 / 나호열

가짜시인! 2012. 11. 2. 12:13

이방인

 

                  나호열

 

 

못을 친다

다 흘러가 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남은 이름이라도 걸어 두려는지

못을 칠 때마다 울음이 쿵쾅거린다

아직 견고하게 남은 벽이

그렇지 않으면 자꾸 뭉툭해져 튀어 오르는 못이

일으키는 시퍼런 안광

새들의 지저귐을 읽어 내지 못하면서

꽃들이 개화하는 고통을 듣지도 못하면서

막차를 타고 도착한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이 떠들었던 것은 아니었는가

저기 기둥에 기대어 졸고 있는 노숙자에게

베게나 삼으라고

잠시 언 손 녹여 줄 불쏘시개나 하라고

그도 저도 아니면 밑씻개라도 하라고

못질 자국 선연한 손 대신 내미는

때 묻은 시집

생애만큼 가볍고 얇다

 

 

♣가짜시인의 단상

 

시인은 겸손하다. 이제는 세상에 큰소리로 말 할 법도 한데 '너무 많이 떠들었던 것은 아닐까'하고 오히려 자문한다.

산고를 겪은 시를 못질하여 세상의 벽에  거는 일이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얼마나 고민하고  언어를 다듬어야 견고한 벽은 하나의 완성으로 한 편의 시를 받아들일 것인가...

내면의 성찰이 없이 허세와 허영, 그리고 연과 줄에 편승한 가짜들이 즐비한 세상에서  끝없이 되뇌여야 할 일인것 같다.

못질 자국 선연한 그의 손 만으로도 아름다운데 그 손에 쥐여있는 얇고 가벼운(?) 때 묻은 시집은 오롯이 그의 전부이다.

소외된 누군가에게 나의 시가, 시집이 다만 읽혀지지 않고 다르게 소용 되더라도 좋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시를 읽을 거라는 환상은 깨진지 이미 오래전.

시로써 그들만의 잔치는 우리끼리 하고 시인은 다만 시정신으로 세상을 아름답고 따듯하게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

명시가 따로 있는가? 명시는 몇안되는 시인들만의 일이다.

 

문제는 시인의 그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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