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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본문
신의 한 수
흰과 검은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검은은 우하귀의 도쿄 흰은 좌상귀의 서울 검은은
우상귀의 홋카이도 흰은 좌하귀의 목포 여기까지는 정
석에 가까운 포석이지 검은이 목포에 눈목 자로 나가사
키를 붙이면 흰은 날일 자로 제주를 두며 지키는 방법
을 택했어 그때 검은이 이키로 세력을 넓혀 왔지만 흰
은 장고에 들다가 거제를 놓으며 다시 지키는 쪽을 택했
어 검은이 시마네로 하변의 실리를 쌓을 때 흰이 어복*
에 울릉을 놓는 거야 도대체 무슨 행마법이었을까 검
은이 자충이라 여겼는지 한 칸 띄며 오키를 놓을 때 흰
은 응수하지 않았어 마음은 이미 울릉에 가 있었던 거
야 마늘모로 독도를 가만 붙이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신의 한 수였지
검은이 오키나와로 한 칸 건널 때 흰은 독도에 괭이갈
매기 집을 짓고 검은이 쓰시마로 부산을 들여다볼 때
흰은 독도에 해국의 집을 지었지 검은이 돗토리로 도쿄
121
와 시마네를 이으며 세력을 키울 때 흰은 독도에 물수리
의 길을 밝혀 줄 등대를 만드는 거야 사석인 줄 알았던
독도에 생명이 움튼 거지 검은이 당황했는지 초읽기에
몰렸어 오, 이런! 검은이 갑자기 독도 위에 다케시마를
얹는 거야 거긴 착수금지점인데 말이야
* 魚腹. 바둑판의 한가운데.
반년간 『스토리 문학』 2020년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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