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하루하루

통영 삐삐책방 동아리 '시작하다' 본문

나의 편린들/생각들

통영 삐삐책방 동아리 '시작하다'

가짜시인! 2019. 11. 27. 10:19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만...'

 

통영에는 박정하 대표(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운영하는 독립서점 [삐삐책방]이 있고, 그 곳에는 문학과 에세이 그리고 통영을 알리는 책들이 7평 남짓한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꽂혀있다. 시 낭독회나 작가와의 만남, 문학 강좌 같은 문학 프로그램 등도 함께 진행하는 작지만 알찬 공간이기도 한 여기에서 '시작하다'라는 시창작 동아리가 김점용 선생님의 지도 아래 알차게 펼쳐지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10월 어느날, 평소 알고 지내던 하동의 석민재 시인이 김점용 선생님께서 몸이 많이 불편하셔서 강의가 어려우시니 '시작하다' 동아리 강좌에 초대시인으로 하루 참여해 달라는 전화를 해왔다. 말주변도 없고 남 앞에 서는 일이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직 시의 언저리에서만 맴돌고 있는 처지라 '저는 그냥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만...' 이라며 고사를 했지만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선생님께서 불편한 몸으로 비운 자리를 걱정하고 계실 것 같아 그러겠다고는 했지만 기대는 마시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시를 배웠다고 말 할 수 있는 시간은 경주 사회교육원 시강좌에서 1년 남짓, 스승이신 고 이근식 선생님께서는 시작법 보다는 1년의 시간을 시를 대하는 태도를 가르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가르침은 그 후 15년 가까이 시를 놓지 못하는 내게 항상 초심을 잊지 않게 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 이후부터는 배웠다기 보다는 시를 몸으로 부딪혔다고 말하는게 옳겠다. 딱 그 때쯤의 내 모습을 하고 있는 동아리 수강생들을 만나면서 어쩌면 그 시간은 돌아가신 선생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시를 배운 '시작하다' 회원들의 시를 보는 눈과 쓰는 힘, 그리고 열정은 기대 이상이었다. 김점용 선생님의 이름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하면서 나는 또 저 시점에 내가 배운 것들을 기억을 되살려 전해주었다. 세월이 변하고 시 역시 변하였지만 시의 본질과 시를 대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을 믿으면서...

 

시도 중요하지만

시를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시인이라는 단어에 사람 人자가 괜히 들어가 있겠나.

 

시작하다 회원들께 미안하다. 귀한 시간에 나 같은 시골의 무명 시인이 함께한 것이.

그리고 회원들께 감사하다. 졸시집인 「눈물 이후」를 꼼꼼히 읽고 공감해준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준 그 분들께 감사하고  

초대해준 석민재 시인께 감사하고

김점용 선생님의 빈자리를 든든하게 채우고 계신 서형국 시인께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병마와 싸우고 계신 김점용 시인님의 빠른 쾌유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