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60여 편의 작품은 관념과 의미의 상징보다는 일상에서 길어올린 이미지로 형상화한 시들이다. ‘아는 사람’, ‘외발’, ‘지게’, ‘새’, ‘집밥’ 등 각각의 작품은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재들로 친근함을 준다.
그러나 시의 이면에는 자신만의 깊은 사유가 드리워져 있다. 일견 평이해 보이는 언어들이 만나 피워내는 의미와 조화는 간단치 않다. 전형철 문학평론가는 “시적 인식과 정서의 자유로운 교감을 통과해 마침내 자각 속에 생명체로 존재하는 시는 깨달음의 미학”이라고 표현한다.
“가늠할 수 없던 슬픔의 양/ 그 자리에 울컥 눈물이 고이고 나서야/ 참았던 슬픔의 눈금을 읽을 수 있다/ 허하던 마음에 고여 든 평형수/ 기울어진 어제의 날들은/ 눈물 이후에야 비로소 균형을 잡는다”
표제시 ‘눈물 이후’에서 보듯 시인은 눈물을 일컬어 “평형수”라고 칭한다. 생의 균형을 잡아주는 기제다.
김학중 시인은 해설에서 “균형을 이끌어내는 이 “평형수”가 바로 눈물의 다른 이름”이라며 “이 이름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대의 문제들을 다르게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된 것”이라고 평한다.
한편 권상진 시인은 제21회 전태일문학상에 ‘영하의 날들’이, 제10회 복숭아문학상에 ‘별자리’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 문학동인 ‘Volume’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