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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권상진선생님 첫시집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본문

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스크랩] 권상진선생님 첫시집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가짜시인! 2018. 9. 4. 13:21





제18차 감성기획시선 공모 당선
눈물 이후
권상진 시집



       




      ■ 권상진시인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다

       2013년 제21회 전태일 문학상에 영하의 날들

       2015년 제10회 복숭아문학상에 별자리가 당선 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 문학동인 Volume 에서 활동 중이다




      ■ 추천사


       권상진의 시는 슬프다. 그러나 그의 시들은 슬픔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둡고 적막하며 외롭지만 그런 세상을 견디는 일이 우리 모두의 삶이라는 인식이 공감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선이 비록 소외의 그늘을 향해 있다 하더라도 그늘을 만들어내는 빛의 근원을 잊거나 잃어버리지 않는 긴장의 언어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시편들은 먼 길을 가는 나그네의 속마음을 닮아 있는 것이다.

    

       -나호열(시인, 미디어서울 이사장)

 



       가짜시인 권상진, 그는 스스로를 일컬어 이렇게 명명하며 시를 찾아 세상을 떠도는 수행자를 자처한다. 하나 평자는 그를 진짜 시인이라 부르기에 주저함이 없다. 전자일까 후자일까, 고심의 여지가 없다. 그에 대한 정답은 본문의 시편들이 명백하게 제시하고 있다.

       관념이나 의미를 배제한 일상의 삶 속에서 이미지의 형상화로 토해낸 영혼의 음조는 너무 투명하다. 자신의 시적 인식과 정서의 자유로운 교감을 통과해 마침내 자각 속에 생명체로 존재하는 시는 깨달음의 미학이다. 아울러 소통의 기호와 상황 인식의 생산물인 그의 시편은 지상적인 것에서 확산, 승화되어 우주와 상통하는 비상이라는 적극성이 내재되어 있을 뿐더러 시의 저변에는 메르헨적 요소인 유년시절의 흔적이 의식의 저변에 깔려 있어 그의 사유는 지극히 평화적 요소인 동심을 축으로 시적 골격을 형성하고 있다. 시작도 끝도 없는 대자연의 시간 속에서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 그리고 한순간 삶의 불꽃을 태우다 사라지게 되는 자신의 운명을 시에 접목시키고 있다는 것,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아픔이요, 슬픈 절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멸을 가치화 해 나가며 오히려 생명의 유한함을 더욱 빛나게 하는 작업, 그의 창작은 같은 시인으로서 큰 기쁨과 자부심을 가지게 한다. 운명과 절망을 꿰뚫고 소멸을 가치화 하며 긍정의 세계로 승화시켜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도화 향기 가득한 그 만의 시. 큰 울림으로 삼라만상을 향해서 퍼져나가고 있음을 감지하는 것은 감상자들의 큰 기쁨이리라. 그의 시들을 통하여 교신한 우주와의 대화가 아름슬픈 은하만별로 우리의 이마에서 푸르게 빛나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전형철(시인, 문학평론가)










      눈물 이후
 
 
       빗물은 세상의 어디가 슬픔에 눌려
       낮게 가라앉아 있는지 안다
       익숙하게 지상의 공허를 찾아 메우는
       한줄기 비
 

       마음도 더러 수평을 잃는다
       날마다 다른 각도를 가지는 삶의 기울기에
       가끔 빗물 아닌 것이 가서 고인다
       얼마나 단단히 슬픔을 여몄으면
       방울방울 매듭의 흔적을 지녔을까
 

       가늠할 수 없던 슬픔의 양 
       그 자리에 울컥 눈물이 고이고 나서야
       참았던 슬픔의 눈금을 읽을 수 있다
       허하던 마음에 고여 든 평형수
       기울어진 어제의 날들은
       눈물 이후에야 비로소 균형을 잡는다





      모놀로그  
              
 
       한 번도 거울을 본 적 없는 이의 눈동자는
       타인의 기억들로 가득하겠지
       내가 찍은 단체 사진처럼 나는 없던 사람
 

       거울을 처음 본 순간부터 불행해졌다
       어느 날 저 평면의 타인이 나를 정독한 후로
       마침내 알게 된 일인칭의 세상
 

       세상은 나와 배경만 존재하는 모놀로그 무대
       네가 찍은 단체사진 속에는 나만 있고 
       혼자 등장한 무대 위에서 나는
       쓸모 잃은 말들을 폐품처럼 뒤적여 본다 
       아직 사람 냄새가 가시지 않은 타인이란 단어가
       빈 병과 함께 잡담 속에 뒤섞여 있다

      

       한 치의 틈도 없이 세상을 막아서는 거울
       서로 비켜서지 않으면 그대로 벽이 되는 우리
       타협처럼 손을 내밀어 보지만
       나는 오른손, 그는 왼손
       결국 그도 온전한 나는 아니었다





      
 
 
       슬몃 등을 돌려 마지막 인사를 대신한 사람이 있다
       미처 언어로 번역되지 못한 생각들이 차곡한
       등은, 그가 한 생애 동안 써온 유서
       일생을 마주보고 건네던 가벼운 말들이
       서로에게 가 닿거나 때론 우리의 간격 사이에서 흩어지는 동안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등이다
       인연이 다한 뒤에야 당도하는 말들이 있다
 

       바람이 불어 허연 억새의 가녀린 등이 굽는다
       지난밤에는 어둠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새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고
       나는 단 한 번의 시선도 주지 못한 내 등이 궁금하다
 

       이제사 돌아서는 것들의 등이 보인다
       내게 오려던, 모든 수사가 지워진 
       간결한 주어, 목적어, 서술어
 

       반가운 이를 만나고 헤어질 때
       잠시 돌아서서 그의 등을 읽는 버릇이 생긴 것은
       그날 이후다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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