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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돌아온 시

[스크랩] 집밥 / 권상진

가짜시인! 2018. 8. 23. 13:59

            집밥 / 권상진
          혼자 먹는 밥은 해결의 대상이다 
          두어 바퀴째 식당가를 돌다가 알게 된 사실은 
          돈보다 용기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
          매일 드나들지만 언제나 마뜩잖은 맛집 골목을
          막차처럼 빈속으로 돌아 나올 때
          아이와 아내가 먹고 남은 밥과 김치 몇 조각에게 
          나는 낯선 식구이지나 않을는지 
          늦을 거면 밥은 해결하고 오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걱정인지 짜증인지 
          가로수 꽃 점이라도 쳐보고 싶은 저녁
          불편한 약속처럼 나를 기다리는 골목 분식집
          연속극을 보다가 반갑게 일어서는 저이도
          누군가의 아내이겠다 싶어
          손쉬운 라면 한 그릇에
          아내와 여주인을 해결하고 나면
          어느새 든든해 오는 마음 한켠
          아침은 굶고 점심은 구내식당
          저녁 내내 간절하던 집밥은 
          그래,쉬는 날 먹으면 된다 
          **
          남편이 느즈막히 집에 돌아올 즈음이면 
          아내는 그러죠. "아직까지 밥 안 먹고 뭐했어."
          언제부터 집밥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졌을까...
          먹고 사는 것이 녹록치 않은 요즘입니다.
          
          ◎  출처: cbs fm 배미향의 스케치 "길에게 길을 묻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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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그저 그냥~
        글쓴이 : 돌고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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