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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어둠을 읽다 본문
어둠을 읽다
어둠을 읽어 본 적이 있는가
하루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행적을 대신 적은
검은 글씨로 가득 찬 비망록
까맣게 완성된 밤의 페이지 속으로
분침이 시침을 데리고 주저 없이 걸어 들어가고
내 그림자도 함께 사라진다
혼자가 되었다
두툼한 어둠을 들춰 풀의 말 새의 말을 엿보다가
구석진 페이지에서 잃어버린 내 그림자를 만난다
무표정과 퉁명스러운 말투가 반가운 듯 손을 내민다
누구........
어둠 속 내가 낯설다면 오늘의 나는 무효
세상의 모든 언어로 읽을 수 있는
어둠은 공평한 문자
처음 글자를 배운 아이처럼 더듬거리며
낯선 나를 읽고 있는 동안
문맹처럼, 이 도시는 하나의 글자도 해독하지 못하고
하루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