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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탄환들

가짜시인! 2018. 8. 6. 12:55

탄환들

 

  

속도가 난무하는 도로에서 펼쳐지는 러시안룰렛

악의 없는 살의가 비켜 지나는, 불발이 목적인 이 게임에서 조준이란 없다

다만 예기치 않은 격발의 순간 누군가는 표적이 되고 또 탄환이 될 뿐

가끔 명중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소리를 쫓아

누군가의 남겨진 하루와

영문을 모르는 가족의 기다림이 함께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다행이면서 불행인 것은 표적은 언제나 낯선 상대라는 것

그 낯선 적중에 대하여 잠시 묵념

 

 

몇 개의 표적쯤은 품고 사는 것일까

무사히 도로를 빠져나온 그에게선 항상 화약 냄새가 난다

단 한 번도 상대를 겨냥해 본 적 없는 녹슨 탄환

누군가에게 기꺼이 과녁이 되어주기 위해

언제나 가슴속에 동심원을 그리면서 산 사람

문을 열 때마다 가족들, 가슴에 총탄처럼 날아와 박히고

순간 뭉클한 아픔이 그를 관통한다

까르륵 명중을 알리는 웃음소리

어둠을 파문처럼 밀어내며 문밖으로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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