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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고양이가 사라진 담벼락

가짜시인! 2018. 8. 6. 12:57

고양이가 사라진 담벼락

 

       

 

어둑 시간 담벼락에서 그와의 조우

순간 모든 배경이 사라졌다

하얀 세상에 두 개의 정지

 

허공에 멈춘 오른쪽 다리와 곧추세운 등

그의 눈빛에 곡선이란 없다

미동도 없는 두 귀는 분명 내 숨소리의 떨림을 찾고 있음이다

날 선 발톱이 밀려 나올 땐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잠시 날리던 뻣뻣한 털이 잽싸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완벽한 정지였다

 

그의 동공 속에 내가 갇혔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다면 어깨를 펴고 걸었어야 했다

굽어진 등이며 목뼈, 얼어붙은 표정이라니

심장이 가슴속에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저 눈 속의 공포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짧은 순간, 그는 나를 읽어낸 것일까

공중을 딛고 있던 오른발을 천천히 내리면서 나를 향해

-야옹

그가 어둑 골목 속으로 천천히 사라진다

박동은 아직 멈추지 않는다

고양이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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