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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홀로 / 손석호

가짜시인! 2018. 2. 1. 08:46

홀로


               손 석 호


 

홀로 깬 한낮
밥이 홀로를 먹는다


박새 한 마리 찾아와 방에 창을 달아준다


커튼 틈으로 칼처럼 밀고 들어온 햇볕이 방을 두 동강 낸다


건너편 홀로에게 말을 걸다가
홀로를 데리고 나와 홀로 걷는다


방충망에 붙은 매미가 안쪽을 구석구석 훔쳐보고 있다


홀로 어두워진 방에
술이 홀로를 마신다


바람이 가끔 들러
몰래 옆자리에 앉은 어제를 한 명씩 데리고 나간다


홀로 누워
홀로를 덮는다


귀뚜라미 울음은 언제쯤 멈출까


잠이 홀로를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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