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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의자 / 홍철기 본문
의자
홍 철 기
한때는 이 의자도 빛나는 각을 가졌다
중심이 흔들릴 때마다 사각사각
시간은 각진 사연을 둥글게 깎아 냈다
한순간의 선택이 기울어진 길에 놓여 졌고
나는 그 마음을 모른 척 등진 채 살았다
조금 더 깎아내면 마음에 닿을지도 몰라
제각각 다른 길 걸어와도 아픈 발처럼
모르는 내일이라도 성큼성큼 떠나봤으면
가늘어지는 머리칼이 빠질 때 마다
묵주를 색칠하며 떠나는 밤의 시간은 깊어졌다
수시로 저만큼 떨어진 탱자나무에서 바람이 불었고
의자는 가시에 찔린 듯 묵묵히 웅크렸다
더 이상 각을 세우지도 않았고
이제는 내가 다가가 괴어놓은 시간이 늘어갔다
흔들릴 때마다 흔들린 자리에 더 마음 가는 일
눈앞에서 가늠할 수 없는 햇빛의 각도 뒤로
문을 닫고 떠나는 것들이 많아졌다
이제,
빈 의자에 내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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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기 시인의 시를 옮겨 놓고 보니 공교롭게도 직전에 올린 이정록 시인님의 시 「의자」와 같은 제목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고 같은 제목의 시가 얼마간의 간격으로 내 눈을 끌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두
시가 비슷한 중량감으로 내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시인은 얼마나 오랫동안 의자에게 눈길을 주었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의자와 소통하려 애썼으며 또 얼마나
오랫동안 의자의 이야기를 정성스레 들어 주었으며, 그리하여 시인 자신이 의자가 되어버렸을까.
시인이 가진 사유의 깊이를 이 시에서 본다.
- 가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