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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뎃잠 / 문성해 본문
한뎃잠
문 성 해
장례식에서 돌아와
아침에야 밤잠을 잔다
돌아온 잠이 있고
돌아오지 못한 잠도 있다
병풍 앞에 둘러앉아
누군가의 한뎃잠을 지킨 사람들
그가 낯설게 뒤척이는 잠 속에 앉아
늦은 육개장을 집밥처럼 말아 먹어주고
(밤잠이 이리 환해도 될까!)
그가 켜둔 기억 속에 마지막으로 꽂혀 있었다
장례식이란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한뎃잠을 지척에서 지키는 일
돌아올 수 없는 잠에 대해 함구하는 일
생전 그와 같이 한 번도 누워본 적 없는 이들이
길고 지루하고 온전하게
(오, 하루치의 잠을 보시한 채)
한 개의 한뎃잠을 조문한 뒤
이 아침 방으로 돌아와
끊어진 밤잠을 다시 잇고 있다
♥ 사람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소재가 사랑과 죽음이 아닐까.
이 두 단어 앞에서 설레지 않고 숙연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피를 한바가지 뽑아
온도를 재보아야 하지 않겠나. 수천 수만 수억 년을 이어오면서 멸종한 동물과 식물,
생멸을 거듭한 사어(死語)들, 그리고 억만 광년의 세월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먼
지처럼 사라져 갔을 행성들...
하지만 인류가 숨을 쉬는 동안은 사랑과 죽음은 우리와 함께 늘 존재하는 것이다.
문성해 시인의 '한뎃잠'을 읽으면서 슬픔의 농도에 대해서 곱씹어 본다. 동일한 생물
학적 죽음 앞에서 우리의 슬픔은 동일한가. 어제와 오늘의 죽음에, 선사 시대의 죽음과
오늘날의 죽음은 과연 등가의 슬픔을 갖는가. 그렇지 않다면 시인이 체험한 슬픔의 눈
금은 과연 어디쯤일까.
'돌아온 잠과 돌아오지 못한 잠'
이 문장에 나는 생각이 깊다.
- 가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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